‘길드워’에 나오는 나무와 아레나넷 스튜디오 앞 나무가 닮았다. 지난달 28일 미국 시애틀 타코마 공항에서 20분을 달려 엔씨소프트의 자회사이자 550만장을 판매한 글로벌 게임 ‘길드워’가 개발된 아레나넷에 도착했다.
유명 개발자들의 스튜디오답게 150명이 모인 아레나넷은 칸막이가 치워진 방마다 토론이 자유자재였고 개성 넘치는 복장으로 마치 대학 캠퍼스 강의실을 연상시켰다. 건물 내부 벽마다 각종 게임 들의 프라모델, 준비중인 게임들의 영감 넘치는 콘셉 아트와 팬들의 편지들로 가득했다. 열정과 창의성이 넘치는 월드게임 ‘길드워’ 탄생지 시애틀 아레나넷 스튜디오를 소개해본다.
▲ 2002년 엔씨가 인수 ‘길드워’ 신화 창조
시애틀 거주 한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지역이라는 시애틀 동쪽 밸뷰의 오피스 파크 구역 내에 있는 아레나넷은 나무들에 둘러싸여 있어 건물 외관을 한 눈에 볼 수 없을 정도였다. 건물 내에서도 어느 창가에서나 손에 닿을 듯한 나뭇가지들이 흔들거리고, 건물 뒤편 샛강에서는 카야커들이 유유히 배를 저어나가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엔씨 오스틴에서 만든 ‘타뷸라라사’ 속 나무들이 오스틴의 나무들을 닮은 것처럼, 이 곳의 나무들은 길드워의 나무들과 닮아 있는 것은 우연히 아니었다.
게임도 환경을 닮아가는 것일까. 단편소설 작가와 15년 동안 판타지 소설을 써온 작가 팀을 거느린 아레나넷은 마법사가 나오는 숲 속처럼 기묘한 적막과 함께 아늑한 환상의 거처였다. 현재 아레나넷은 마법 가득한 이 숲 속에서 2010년 출시 예정인 ‘길드워2’에 전념하고 있다.
아레나넷은 2000년 초 블리자드에서 독립한 팀장 3명이 설립했다. 한국의 엔씨소프트와 만나게 된 것은 길드워를 개발하면서다. 2002년 12월 엔씨에 인수된 아레나넷은 2005년 첫 제품으로 길드워를 내놨고 3년 만에 무려 550만장을 팔았다.
서양에서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블리자드, 와우)에 이어 두 번째를 달리는 MMORPG가 탄생한 것. 길드워는 매출로만 봐도 유럽(독일 16%, 프랑스 11%, 영국 6% 등)이 미국(34%)보다 커 유럽과 미국 양쪽에서 성공한 한국의 대표적인 글로벌 진출 사례가 되었다.
마이크 오브라이언 아레나넷 스튜디오 대표는 “길드워가 기존 MMORPG와는 달리 월정액이 아니고, 캐릭터 성장이 아닌 수집을 강조하며 새로운 모습을 보인 것이 주효했다. 또한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2년 반 동안 매년 확장팩을 냈고, 현존 MMO 중 유일하게 전세계 모든 유저가 한곳에 모여 플레이하는 월드서버를 운영하는 등 혁신적인 모습으로 성공했다”고 말했다.
▲ 개발자 천국 “사무실에 칸막이가 없다”
외부에 사진 공개를 꺼리는 아레나넷의 내부는 아트팀 기획팀 라이팅팀 등으로 8년 동안 150명 규모로 커졌다.
특이한 것은 개발자들의 방에는 칸막이가 없었다. 사장 자리도 여럿이 사용하는 방의 문 앞에 위치해 있고, 책상에는 사장 자리라는 명패도 없었다. 열린 마음으로 언제나 토론하고 대화를 나누는 것을 강조하는 회사 분위기 답게 언제나 개발중에 등을 돌려 즉석 토론과 아이디어 회의가 가능했다.
대니엘 도시우 아트 디렉터 총괄 팀장은 “커뮤니케이션이 자연스럽고, 토론의 효율성이 크다. 서로 펴놓고 보니 경쟁심리도 생기고 일관적인 일 진행이 가능하다”며 “이 곳에 있으면 마치 대학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복도에는 로큰롤 그룹 비틀즈와 록키의 포스터가 눈에 띄었다. 그리고 장나라 등 동양 여성들의 얼굴을 모아 놓은 대규모 인물 카드 등이 눈에 띄었다.
모두 게임 내 캐릭터의 얼굴 특징 등을 연구하기 위한 자료들이었다. 아트팀 벽면에는 수백 장의 콘셉 아트들이 붙어 있었다. 아트 팀원들이 작업해 탄생한 이 작품들은 실제로 게임내에 반영되기도 하고 다른 팀원들에게 영감을 주기도 한다.
건물 내부에서 방문자의 유난히 눈길을 끄는 장면이 하나 있었다. 바로 전세계 길드워 유저들로부터 보내온 편지를 벽에 붙여 놓은 공간이었다. 기획팀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그 편지 속에는 각양각색의 내용들이 들어있었다.
런던에서 온 편지에는 “지난번 런던 테러(2005년 7월 7일) 때 길드워를 즐기느라 밖으로 안 나가 내 애인이 살았다”라는 사연이 적혀 있었고, 어떤 여성은 “길드워가 내 애인을 뺏어갔다”는 하소연 조의 사연을 보내왔다. 그런가 하면 게임 내 스토리에 대한 지적이나 캐릭터에 대한 평가, “아레나넷을 방문하고 싶다”는 내용도 있었다.
▲ 아레나넷의 이름에 담긴 사연
아레나넷의 스튜디오 이름은 아레나+넷이다. 마이크 오브라이언 아레나 스튜디오 대표를 비롯한 창업자 3인은 2000년 창립시 우선 혁신적인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고 다음 세대 네트워크가 들어가야 한다는 창업 이념을 세웠다.
아레나란 ‘경기장’이란 말 그대로 지역 서버가 아니라 전 세계 유저가 한곳에 모이는 월드 서버를 추구한다. 하나의 네트워크 안에서 플레이하고 경쟁하는 것이 야구처럼 보는 사람에게도 즐거움을 준다는 것. 그래서 길드워의 관람모드로 PVP를 TV보듯 지켜볼 수 있다.
아레나넷이 엔씨소프트의 새로운 북미 심장이 될 것으로 전망한 마이크 대표는 “세계 최고의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모인 아레나넷은 글로벌 퍼블리셔와 마케팅 경험이 많은 엔씨소프트와 만점의 시너지를 낳고 있다”며 “엔씨는 리니지 리니지2을 개발한 세계적인 개발사이기도 해 어떻게 게임을 만드느냐에 대해서 앞서가는 방법과 기술을 공유할 수 있어서 좋다. 내 후년 모습을 드러낼 길드워2가 또 한 번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테니 기대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