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두산 감독은 지난 8월 베이징 올림픽에서 ‘신들린 용병술’로 한국 야구에 사상 최초 금메달을 안겼다.
당시 ‘야구의 신’이라 불리는 김성근 SK 감독도 “김경문 감독 뒤에 귀신이 붙어 있는 것 같았다”고 혀를 내둘렀다.
김 감독의 ‘귀신 붙은 용병술’은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서 위력을 다시 발휘했다. 투수들은 어떤 보직이 주어지더라도 제 몫을 해냈다. 깜짝 기용된 선수들은 ‘미친 듯이’ 맹활약을 펼친다.
마무리도 중간으로 16일 플레이오프 1차전. 김 감독은 마무리 정재훈을 5회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렸다. 당초 김 감독은 “포스트시즌에서 마무리는 정재훈 한 명이 아니라 이재우 임태훈 이용찬 등 상황에 따라 집단 체제로 운영할 것”이라고 공언하기는 했다.
그러나 경기 중반, 그것도 3-4로 뒤진 상황에서 정재훈을 투입한 것은 다소 의외였다. 그러나 정재훈은 2⅔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아내 자신의 포스트시즌 첫 승을 수확했다.
신데렐라 제조기 김 감독은 지난 15일 미디어데이에서 “특별히 기대를 걸고 있는 선수가 누구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오재원을 지목했다. 아직은 무명에 가까운 2년차 내야수 오재원을 플레이오프라는 큰 경기에서 2번 타순에 기용한 것부터 파격에 가까웠다.
그러나 오재원은 1차전에서 3-4로 뒤진 5회 동점 적시타를 날리는 등 4타수 2안타 2득점 1도루로 맹활약하며 감독의 믿음에 화답했다.
김 감독은 2004년 부임 후 정재훈 이종욱 고영민 민병헌 김현수 이대수 채상병 임태훈 오재원 등 수많은 ‘깜짝 스타’를 탄생시켜 팀의 주축으로 성장시켰다. 그야말로 ‘신데렐라 제조기’라 부를 만하다.
강공도 번트도 대성공김 감독은 번트보다는 강공을 앞세우는 ‘공격 야구’의 대명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김 감독은 1, 4, 5, 7회에 연달아 무사 1루 찬스를 잡고도 고집스럽게 번트를 지시하지 않았다.
타자들에게 믿고 맡긴 결과는 7회 볼넷 세 개와 플라이, 내야 땅볼 두 개 등 안타 하나 없이도 3점을 뽑아 역전승을 거둔 원동력이 됐다.
그러나 김 감독은 7-4로 앞선 8회 무사 1루에서는 전상렬에게 희생 번트를 시켜 1사 2루에서 이종욱의 3루타로 쐐기 점수를 뽑았다. 김 감독은 경기 후 "8회 희생번트 사인을 낸 것은 3점과 4점 차가 크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화섭 기자 [myt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