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곳의 한 카페에서 만난 오정해(37)와 이재은(28)에겐 친자매와 같은 정겨움이 묻어 났다. 동명의 영화를 각색한 현대적 마당극 '학생부군신위'(11월 21일부터 1월 4일까지 장충체육관)에서 생애 처음으로 같은 작품을 하게 된 그들은 '왜 이제야 만났을까'라는 듯한 시선을 서로에게 보냈다.
서울국악예술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로 너무나 공통점이 많은 이들은 '학생부군신위'를 통해 윤문식·김성녀로 고정된 마당극에 세대 교체의 바람을 일으키는 꿈을 함께 꾼다.
안동을 배경으로 박 노인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통해 각지에 따로 떨어져 있던 가족이 장례식장에 모이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린 이 작품에서 오정해는 박 노인의 두 번째 며느리, 이재은은 외동딸 역을 한다. 마당극 '심청'(11월 20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서울월드컵경기장 마당놀이 특설무대)으로 무대에 나서는 윤문식·김성녀와 같은 기간에 맞대결을 펼치게 된다.
이들은 윤문식·김성녀의 맥을 이을 '젊은피'로 기대를 받고 있다. 연기와 우리 소리를 겸할 수 있는 배우가 오정해와 이재은 외에 거의 없기 때문이다. 2003년 마당극 '어을우동'에서 어을우동 역을 소화하고 두 번째 마당극에 도전하는 이재은은 자부심이 크다.
영화 '서편제'로 유명한 오정해에게 마당극은 흥분되면서도 쉽지 않은 무대다. 마당극은 이재은과 마찬가지로 2001년 '암행어사 졸도야'의 춘향이 역 이후 두 번째다. "마당극은 360도 무대이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일반 연기의 두 배가 되요. 마당놀이는 철저하게 배우가 책임지는 무대거든요. 처음에는 무척 낯선데 적응이 되면 일반 무대보다 쉬워지는 것 같아요."
두 사람은 이 때까지 같은 작품을 할 기회가 없었다. 오정해는 남도 민요를, 이재은은 경기 민요를 특기로 하고 있는 만큼 장르가 다르다. 이번 작품을 통해 사자와 호랑이가 같은 무대에 서는 셈이다. 때문에 '학생부군신위' 제작진이 오정해와 이재은을 위해 특별히 편곡했다. 오정해가 웃으며 설명한다.
"나는 재은이가 잘 하는 시조를 잘 못하고, 재은이는 남도 소리는 흉내 밖에 못 내요. 마당놀이가 참 행복하죠. 두 장르를 함께 할 수 있으니까요."
여성적이고 절대 한 번에 두 작품 겹치기 출연을 안 한다는 공통점을 가진 이들은 집에선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산다. 이재은은 아무리 바빠도 아침마다 남편에게 뜨거운 밥을 지어준다.
"남의 손에 맏기는 게 싫어요"라며 도우미 없이 살림을 직접 챙기는 살림꾼이다. 오정해는 집에선 공주처럼 산다. "남편은 내가 부엌에 가는 것을 싫어해요. 열 두 살 아들도 혼자 잘 크고요. 집에 가면 천상 공주처럼 지내요."
장상용 기자 [enisei@joongang.co.kr] 사진=김민규 기자 [mg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