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프로 스포츠 시장인 미국에서 커미셔너가 무보수 명예직이었던 경우는 메이저리그는 물론 프로농구(NBA) 풋볼(NFL) 아이스하키(NHL)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프로 스포츠는 구단이 기업이고, 이들이 모여 선수들의 플레이와 경기의 모든 것을 판매하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커미셔너는 산업화된 프로스포츠의 총괄 경영을 책임진다.
메이저리그 버드 셀릭 커미셔너가 2007년 1750만 달러(약 240억원)라는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은 이유가 성공적인 마케팅으로 돈을 벌어들였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특급 스타들과 비교해도 전체 랭킹 5위 안에 들어가는 셀릭 커미셔너의 연봉을 어떤 구단도 문제 삼지 않는다.
한국프로야구가 새 총재를 연봉(1억8000만원) 없는 무보수 명예직으로 선출한다는 소식이다. 진정한 이유를 알 수 없으나 파격적인 발상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지금은 획기적인 마케팅을 통해 관중 수는 물론 프로야구 전체의 매출과 수익을 증대시킬 수 있는 CEO형 총재가 절실한 시기다. 미국의 4대 프로스포츠계가 서둘러 구조조정을 한 것을 고려하면 경제 침체와 맞물려 한국의 프로 스포츠도 올 시즌 최악의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적자 구조 속에 프로 구단들이 홍보 가치를 존재의 이유로 버티기에는 한계가 왔다. 어느 때보다 새 총재에게 바라는 것과 총재가 해야 할 큰 일들이 많은데 보수는 받지 말고 어려운 일만 잘 하라는 것 같아 보인다.
한국 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연봉 구조와 양국 대통령의 연봉을 비교해보면 흥미롭다. 메이저리그의 2008년 최저 연봉은 39만 달러(약 5억3400만원)였고 올해는 40만 달러(5억4800만원)가 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연봉은 40만 달러다. 미국 대통령은 프로야구 선수 최저 연봉을 받는 것이다.
올해 한국 프로야구 선수의 최저 연봉은 2000만원이고 평균 연봉은 8417만원으로 집계됐다. 발표에 의하면 이명박 대통령의 연봉은 2억3054만원이다. 한국프로야구 선수 최저 연봉보다 약 11.5배 많고 평균 연봉의 3배 가까이 된다. 보수만을 놓고 보면 미국 대통령이 한국보다 무보수 명예직에 더 가깝다.
물론 연봉이 커미셔너의 권위와 실력, 도덕성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한국프로야구의 중흥을 이끌 새 총재에게 상징적이라도 연봉을 지급하는 것이 옳다.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도 1달러를 연봉으로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