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큼 아쉬움이 큰 탓일게다. 여전히 화제가 되고 이야기는 꼬리를 물고 반복된다. 임창용(야쿠르트)이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 연장 10회초 2사 2·3루에서 일본의 스즈키 이치로(시애틀)와 정면 승부를 펼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임창용과 이치로의 정면 승부는 26일 밤 방송된 MBC-TV '100분 토론- 한국 야구를 말한다'에서도 가장 열띤 대화 주제였다. 사회자인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는 프로그램 시작과 동시에 "결과론이지만 이 부분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며 출연한 패널들에게 임창용의 정면 승부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먼저 김성한 대표팀 수석코치는 "(김인식) 감독님이 분명히 정면 승부를 하지 말라는 사인을 냈다. 유인구로 어렵게 승부해서 이치로가 속지 않으면 볼넷으로 거르라고 했다. (양상문) 코치가 포수 강민호에게 사인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수석코치는 "웬일인지 임창용이 볼카운트 2-2에서 한 가운데 밋밋한 변화구를 던졌다"며 아쉬워했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급조된 대표팀에선 종종 사인미스가 일어나기도 한다. 그러나 바꿔 생각해 일본야구에서 그런 상황이 닥쳤을 때 그들은 어떻게 하는지 보라. (임창용의 승부는) 일본에서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말했다.
반면 연예인 야구팀 '한'에서 뛰고 있는 방송인 배칠수는 "9회말 동점이 되는 순간, 몸에 있던 아드레날린이 모두 소모돼 설령 역전승을 했다고 해도 더 이상 분출될 기운이 없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준우승도 충분히 감동적이었고 임창용이 홀로 패전 책임을 짊어지는 것을 안타깝게 여겼다.
한편 임창용이 1995년 해태 데뷔부터 삼성 시절까지 11년을 선수로 데리고 있었던 김응용 삼성 사장은 26일 "임창용은 일부러 정면승부를 한 것"이라고 단정지었다. 선동렬 삼성 감독 역시 ""이해할 수 없는 투구"라며 아쉬워했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경기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포수가 일어서서 고의4구를 받게 지시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고 말했고 결국 밤잠을 설쳤다. 경기 후 임창용은 KBO 직원을 통해 "사인을 못 봤고 정면 승부를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유인구가 실투가 됐다"고 정면 승부를 일부 시인했다.
임창용이 이치로를 삼진 아웃으로 잡았다면 그의 정면 승부가 빛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안타를 맞았기에 무모한 승부가 됐고 여전히 뒷얘기는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