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치킨 1977년 서울 서초구 구반포 대로변에 문을 연 작은 치킨집인 이곳은 한때 문인들의 사랑방이었다. 79년 당시 서울대 불문과 교수였던 문학평론가 김현(90년 작고) 씨가 단골집으로 삼으면서 이청준·황동규·황지우 등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수시로 문지방을 넘나들었다. 테이블이 10개에 불과한 작은 가게는 시·소설, 그리고 시국을 논하던 문인들의 목소리로 가득했다.
80년대는 문인들의 주머니에 찬바람이 가득했고, 신용카드도 없던 시절이었다. 문인들은 단골이랍시고 하나 둘씩 외상장부를 만들기 시작했고, 그 수는 수십명에 이르렀다.
주인 이정덕 씨는 30년 가까이 된 빛바랜 장부를 아직도 소중히 보관하고 있다. 장부에는 외상값을 갚았다는 표시로 'X'자 표시를 했지만 아직도 갚지 않은 채 20년이 넘은 기록도 더러 남아있다.
"다음날 곧바로 외상값을 갚은 사람도 있지만, 몇 달씩 끄는 경우도 있었죠. 그래도 신경쓰지 않았어요. 외상이란 것이 일종의 문화였고, 낭만이었잖아요."
이같은 추억을 더듬어 황동규 시인은 최근 발간한 산문집에서 이 집에 얽힌 사연을 풀어놓았고, 황지우 시인은 김현을 추모하며 쓴 시 '비로소 바다로 간 거북이'에 등장시켰다.
문인들의 발길을 끌었던 것은 개업 초기부터 내놨던 마늘통닭이다. 다진 마늘 한 숟갈을 생닭의 뱃속에 넣은 후 전기오븐에서 3시간 구워낸다. 이어 식물성 식용유에 1분 정도 튀긴 다음 다진 마늘·후추·소금 등으로 만든 마늘소스를 살짝 읽혀 통닭 위에 얹어 테이블에 내놓는데, 바삭바삭하면서도 마늘 특유의 향이 배어 독특한 맛을 낸다.
조리법은 물론, 실내 분위기도 33년째 그대로다. 이 때문인지 대를 이은 단골도 있고, 최근에는 일본인 관광객도 많이 찾는다고 한다. 한 마리 가격은 1만 3000원으로 4년째 같다. 02-599-2825.
삼성·삼통치킨 1981년부터 고려대 본교와 이공대 사이를 지키고 있다. 최근 일대가 개발되면서 고대생들이 즐겨찾았던 막걸리집이나 식당 등이 모두 업종을 바꾼 사이 28년째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터줏대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기구이통닭 한 마리에 2000원을 받았던 개업 당시 이름은 삼성통닭. 하지만 2005년 지금의 상호로 바꿨다. 이유는 '삼성'이라는 이름만으로는 상표등록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25년을 지켜온 간판을 하루에 바꿀 수도 없어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라고 김병곤 대표는 밝혔다.
현재 전기구이통닭 외에 프라이드치킨·마늘통닭 등이 판매되고 있다. 통닭 하루 판매량은 약 200마리. 이중 전기구이는 20% 남짓이다. 한때 50%가 넘는 적도 있었지만 치킨을 선호하는 입맛이 변하면서 세력을 잃은 결과다.
전기구이통닭을 먹을 때 약간 짭짤한 뒷맛을 느낄 수 있다. 이는 굽기 전 소금·마늘·생강 등으로 만든 소스를 생닭에 바르고 뱃속에 5~6개의 통마늘을 넣는데, 굽는 과정에서 소스와 마늘 성분이 살에 배들어가기 때문이다.
전기오븐에서 구워지는 시간은 약 한 시간. 고기를 익히고, 기름을 빼는데 충분한 시간이라고 김 대표는 설명한다. 기름이 더 빠지면 딱딱하고, 퍽퍽해 맛이 떨어진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어 식용유에서 한 번 더 튀겨지면 이집만의 전기구이통닭은 완성된다.
이렇게 맛을 낸 전기구이통닭은 고대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물론 고려대 출신의 연예인·스포츠스타·정관계 인사를 포함한 저명인사들도 자주 찾는 명소가 됐다고 한다. 연예인중에는 성시경·한성주·김아중·박지선 등이 단골이다.
2007년 '삼성·삼통치킨'이란 이름으로 프랜차이즈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서울 시내에만 15개의 체인점이 있다. 문어발식 확장이 아니라 지인들에게만 체인점을 내주고, 충분한 교육 과정을 거친 탓에 어디를 가도 같은 맛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김 대표의 주장이다. 한 마리 1만 1000원. 02-927-1330.
온달치킨 1978년 서울 돈암동 성신여대입구역 부근 대로변에 문을 열 때부터 한 잔에 300원이었던 생맥주를 주문하면 야채와 마른안주를 무료로 제공했다. 무한 리필도 특징이었다. 지금도 생고구마·당근 등 야채는 무료로 내놓고 있다.
신선한 맥주맛에 안주를 무제한 제공한다는 소식이 입소문을 타고 인근 대학가로 퍼졌고, 몇 달만에 매일 문전성시를 이뤘다. 덩달아 대표 메뉴였던 전기구이통닭(당시 한 마리 1500원)도 날개돋친듯 팔렸다. 하루 평균 300마리, 많을 때는 400마리나 구워졌다.
입맛이 변하면서 전기구이통닭의 수요는 하루 30~40마리로 많이 줄었지만 맛은 30여 년이 흘렀어도 한결같다. 전기구이통닭 제조 방법은 다른 업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소금·후추·마늘·생강 등 대여섯 가지의 양념을 혼합한 소스를 생닭의 뱃속에 바르고, 섭씨 250도 정도의 전기오븐에서 약 1시간 10분 정도 구우면 된다. 이어 식용유에 튀기면 완성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900g 정도의 비교적 큰 닭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홍성운 대표는 "맛의 차이는 크지 않으면서도 푸짐한 느낌을 줄 수 있어 처음부터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무게 700g의 다이어트 치킨도 있다.
저렴한 가격도 특징이다. 전기구이통닭 한 마리에 9000원이다. 게다가 매주 금요일에는 6500원만 받는다.
또다른 메뉴인 돈가스도 인기다. 사람 얼굴만한 크기로 '왕돈가스'라는 별명을 갖는데, 가격은 3300원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매주 일요일에는 10년 전 가격인 2900원에 내놓는다. 이 때문인지 이곳에는 낮부터 밤까지 손님들로 북적인다.
온달치킨은 또 지난해 7월 시작한 프렌차이즈 '드림F&C'의 본점이기도 하다. 현재 서울 시내에 10여 개의 가맹점을 두고 있다. 02-923-6557.
그러나 '제법'정도가 아니였다. 쫄깃하면서도 담백한 속살, 바삭하면서도 느끼하지 않은 닭껍질은 단박에 '국민 맛스타'로 발돋움한다. 전국 각지에 알몸으로 빙글빙글 도는 통닭을 앞세운 ‘영양센타’간판이 줄을 이은 것.
49년전엔 지금(사보이호텔 옆)의 맞은 편에 문을 열었다. 5년전 피아노가게를 인수해 이사했다.
통닭의 비결을 물었다. ‘원조’만의 비밀이라며 자세히 가르쳐주진 않았지만 대강 이렇다. 닭 손질 후 1시간 정도 전기로 구운 뒤 기름을 빼고 나선 한 번 튀기는 과정은 타 전문점과 비슷하다. 하지만 닭 속에 소금을 넣어 구워낸다는 것이 특징이다.
“전기구이통닭은 ‘간’이 생명이라 소금을 넣어 구우면 감칠맛이 더욱 좋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식용유가 아닌 유채기름을 사용해 튀겨내는 것도 이색적이다. 전기로 구워 수분이 빠진 통닭이 한 번 더 튀겨낸 뒤 오히려 더 바삭하고 고소한 맛을 내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닭은 개업 후부터 지금까지 지인이 운영하는 닭 농장에서 직접 공수해오고 있다. 전기구이 통닭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통닭과 삼계탕의 판매비율이 1:1에 다다를 정도로 삼계탕의 인기 또한 높다.
젊은 고객층을 겨냥한 ‘정식’코스도 인기다. ‘통닭이 한 끼 식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자’는 취지로 모닝빵, 샐러드, 수프 등을 통닭 반 마리와 함께 내놓기 시작했다.
“닭만 먹으면 영양이 부족하잖아요. 빵으로 탄수화물, 샐러드로 식이섬유를 같이 먹을 수 있으니 일석 3조죠.” 정식코스는 평일은 11시부터 4시까지, 주말은 11시부터 2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전기구이통닭(중) 1만2000원. 02-776-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