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직 시절 실수를 인정한다. 재판 과정 통해 많이 후회했다. 재판정에서 말한 것처럼 엔씨측에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지난 26일 무려 2년여를 끌어온 엔씨소프트의 리니지3 기술유출 혐의 관련 1심 재판의 결과가 나왔다. 재판부는 엔씨소프트에서 근무하다 다른 개발 스튜디오로 옮긴 P모 실장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라는 유죄 판결을 내렸다.
나흘이 지난 30일 P실장이 일간스포츠를 통해 최초로 “엔씨소프트에 사과한다”는 뜻을 밝혔다. P실장의 이 같은 사과는 그 동안 얽히고 설킨 게임업계의 갈등을 푸는 단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 재판에 대해 게임업계가 주목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우선 한국 게임업계의 수위를 다투는 NHN과 엔씨소프트가 직간접적으로 얽혀있다는 점이다. 엔씨 출신의 개발자가 NHN이 퍼블리싱하는 개발 스튜디오에서 다른 게임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다음으로는 게임 기술 유출이라는 도덕적인 문제였다. 특히 이 같은 일이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감했다.
그러나 이것보다 중요한 점은 이번 판결로 게임업계의 평화로 이어지느냐였다. 게임업계에서는 산업 전체를 위해 ‘그린게임캠페인’등을 주도해야 할 두 선두업체가 알게 모르게 알력을 보이는 것에 대해 우려해왔다. 그게 다 이 재판과 깊은 연관이 있었다.
법정에서 재판장은 “P실장이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P실장이 개발중인 게임에 관한 것이 아니라 재직 시절의 업무와 관련된 일이었다. 물론 양사는 쉽게 앙금을 지울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P실장의 사과는 나름대로 바위 같은 무거운 의미를 지닌다. 지금까지 재판정 이외에서는 한 번도 자신의 심경을 토로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두 업체가 가야 할 길은 무엇일까. 이번 재판을 통해 감정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서로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털고 갈 것은 이번 기회에 확실히 털고 가야 한다.
P실장의 사과가 그동안의 갈등과 감정을 푸는 끝이 되어야지 새로운 시작이 되어서는 안되겠다. P실장이 개발 중인 다른 게임과 기술 유출을 직접적인 연관을 지적하는 것은 또다른 무리수일 수 있다는 것도 이번 재판에서 확인되었다. P실장도 “영업 비밀 침해가 엔씨소프트가 오래 쌓아온 기술에 손해를 끼친 것으로 판단”한 재판부의 결정에 대해 뼈를 깎는 반성과 근신의 자세가 필요하다.
어쨌든 이번 재판은 기술 유출과 회사원의 도의라는 것에 많은 것을 느끼게 했다. 이번 사과가 불미스러운 과거를 훌훌 털고 업계가 단합하는 새로운 이정표가 되었으면 좋겠다. 모처럼 게임업계는 대국민 인식 전환과 산업으로서의 위상정립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게임업계는 소모적인 싸움보다는 대승적인 차원의 이해와 단합이라는 ‘윈윈’의 길을 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