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이경규(49). 그가 다시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번에는 닭이다. 돈치킨(www.donchicken.co.kr)이다.
왜 닭일까. 이경규 하면 떠오르는 음식은 김밥, '압구정 김밥'이다. 코믹한 이경규의 캐리커쳐가 그려져 있던 그 김밥집 말이다. 한 때는 가맹점수가 800개나 됐다고 하는데….
가맹점 수가 800개면 엄청나다. 한마디로 '대박'이다. 100개만 넘어면 손익분기점을 맞출수 있고, 그 이후로는 유통 수입 등으로 '돈만 긁어 모으면 된다'라는 것이 업계의 정설인데 어떻게 된 것일까. 만나자 마자 그 이유부터 물어보았다.
"유통 마진을 얻을 수 없었죠. 우리가 김 한장에 100원에 공급했다면 점주들은 우리 몰래 시장에서 더 싼 김을 샀어요. 우리 것은 받지도 않고 말이죠. 그러다 보니 가맹점수는 많았지만 유통 수익을 전혀 올리지 못했어요. 오히려 손해를 봤죠."
체인점 사업 잇달아 참패 압구정 김밥만 깨진 것이 아니란다. "2000년부터 닭한마리 칼국수, 퓨전 요리 주점인 '식주소', 귀뚜라미 먹인 닭 등 3가지 아이템으로 체인점 사업에 뛰어들었는데, 결과는 처참했죠. '3연타석 헛스윙 삼진 아웃'이었다고나 할까.
특히 귀뚜라미 닭으로는 완전히 망했어요. 2000년에 웰빙을 추구했으니 너무 앞서 나갔죠. 수십억 깨먹었어요." 속이 쓰렸을 일을 마치 남의 일처럼 웃으며 잘도 말한다. 계속해서 그는 "몸으로 때웠으면 그래도 좋았을텐데, 엄청난 '수업료'를 냈다" 며 껄껄껄 웃는다.
손해만 본 것은 아니다. 이 때의 실패와 닭 사업을 해본 경험이 돈치킨 사업의 '밑천'이 됐다. "돈치킨 체인을 단시간에 만들어 낼 수 있던 것도 그 때의 경험 덕분이죠.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지 않습니까."
실패 경험이 돈치킨의 바탕
오픈 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성공? "너무 성급한 판단 아니냐"고 물었다. "1년만에 매장수가 200개를 넘었어요. 특히 체인점 사업이 어렵다는 전라도에서 '빵' 터졌죠. 광주·순천·목포·광양 등 전라도에만 체인점 40개를 냈어요. 이건 대단한 사건이예요." 기분좋은 듯 목소리 톤이 올라갔다.
비결이 무엇일까. 역시 압구정 김밥 때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그 때의 일을 거울삼아 저는 '가맹점주들에게 최대한 좋은 식재료를 싸게 공급하자'는 주의예요. 실제로 경쟁업체보다 600원정도 싸게 닭을 줘요. 마진폭이 커서 점주들이 좋아하죠. 우리 체인점은 인건비·재료비 등을 모두 제한 평균 순수익이 30%를 훨씬 넘어요. 그렇다보니 기존 점주들이 주위 사람들에게 '사업 한번 해보라'며 추천을 해줄 정도죠."
그는 또 "지금까지 100군데 넘는 체인점에서 내 사인회를 열었는데 지금까지 전국을 6~7번 돈 것 같다"며 "본사 사장이 전체인점을 돌아다니는 경우는 잘 없는데 연예인이다 보니 내가 오기를 원한다. 좀 피곤하더라도 점주들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하려고 했다. '가맹점주 감동 지원'이라고나 할까"라며 웃었다.
"이익의 10%만 재투자하세요"
어려운 점도 토로했다. 그는 "연예인이다 보니 계약서나 약관은 내팽겨치고 막무가내로 항의하는 점주가 있다. 1억원과 5000만원을 투자한 사람의 수익은 분명 차이가 있는데 적게 투자해놓고 매출이 적다며 항의한다.
어떤 때는 '인터넷에 올리겠다'고 협박하는 경우도 있다"며 "답답할 노릇이지만 그래도 직원을 보내서 설득을 시킨다. 다행히 지금까지 문을 닫은 점포가 한 곳도 없다. 소통, 소통 하는데 정말 소통이 중요하더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마지막으로 점주, 돈치킨 뿐 아니라 체인점을 운영하는 사장들에게 당부의 말도 남겼다. "베풀어야 합니다. 많이 먹으려고 하다보면 채합니다. 수익 중 10%만 고객들을 위해서 사용하세요. 당장 손에 쥐는 돈은 줄어들 지 몰라도 더 많은 손님이 찾아와서, 더 많이 벌게 되고, 더 오래동안 영업할 수 있어요."
체인점주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경규 사장은 인터뷰 내내 '소통'이 중요하다고 했다. 불만이 있으면 서울의 경우 당일, 지방은 늦어도 다음날까지 직원을 보내 문제점을 해결해줬다고 한다. 그래서 지난 4월 오픈한 서울 장안평점을 찾아가서 실제로 돈치킨에 대한 불만이 없는 지 권재화(54) 사장에게 물어봤다.
"오븐기 조작 때문에 본사에 전화한 적이 한번 있었다. 곧 바로 직원이 찾아왔서 다시 교육을 시켜줘 해결했다. 지금까지는 잘 해준다"는 답이 돌아왔다.
권 사장은 "치킨집을 내기위해 집주위의 치킨집 대여섯 곳을 최소 5번 이상 찾아가거나 시켜 먹어봤다. 그런데 맛도 좋고 서비스도 좋고 해서 돈치킨을 열게 됐다. 문제가 있었다면 다른 집을 열었지"라고 했다. 만족스러운 표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