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고 쥬스 주세요. 따뜻한 물도요."
이틀 전 아기 100일을 맞은 초보 엄마. 모유 수유 때문에 메뉴 선정에 철저하다. 지난 5일 홍대 근처의 한 야외 카페에서 만난 이 사람은 지금 뮤지컬계가 가장 주목하는 작가 겸 연출가 장유정(33)이다.
장유정의 뮤지컬은 시장에서 흥행 가도를 달려 왔다. 장기 레퍼토리로 자리잡은 '오! 당신이 잠든 사이'와 '김종욱 찾기'는 각각 올 2월과 6월 1000회 공연을 돌파했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 아티움 개관작으로 선정돼 공연중인 '형제는 용감했다'는 그에게 2009년 제3회 더 뮤지컬 어워즈 극본상과 작사·작곡상을 선사했다. 그는 오는 11월 공연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의 연출을 맡았다. 그의 성공 비결은 뭘까.
'장유정은 독해!'라는 말? 진짜일 걸요 장유정은 당차다. 말할 때도 상대방의 눈을 정확히 마주본다. 학창 시절부터 세르비아·슬로바키아·스페인·몽골·인도·네팔·호주 등을 여행다니며 견문을 넓혔다.
'오! 당신이 잠든 사이'와 '김종욱 찾기'는 그가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 당시 올린 작품들. 특히 '김종욱 찾기'는 대학로 로맨틱 코미디의 '본좌'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그의 작품은 사랑 놀음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형제는 용감했다'의 경우 사랑은 쏙 빼고, 형제·부자 간의 갈등만 가지고 관객을 모았다. 20~30대 여성들이 뮤지컬 관객의 약 8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로맨틱 코미디가 아닌 창작 뮤지컬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작가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야 해요. 기획에 맞춰서 쓰지 않는다는 것이 제 원칙입니다. 다만 대중성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는 정도죠. '김종욱 찾기'도 쓰고 싶은 이야기였을 뿐이지 기획해서 쓴 작품이 아니거든요."
작품 구상 들으면 제작자들이 도망가요 그는 한 작품의 대본과 연출에 3~4년의 시간을 들인다. 작가·연출자로서 생활하기 쉽지 않다. 게다가 한국에서 연출가는 로열티나 인센티브도 없이 단기 계약으로 고용되는 상황이다.
"연출이라는 직책이 굉장히 많은 책임감을 가질 수밖에 없잖아요. 연출 한 명이 작품을 망하게 할 수도 있거든요. 대한민국에서 연출만 해서 먹고 살 수 있는 사람은 드물 겁니다."
그의 작품은 선명하고 빠르다. "실제로 부르는 곳은 많아요. 대부분 로맨틱한 이야기를 써주기를 기대해요. 저의 다음 작품 구상을 들으면 다들 '다른 것 없냐'면서 슬슬 사라져요. 다음 이야기는 스릴러거든요. 줄거리만 가지고 있어요."
11월 무대에 올리는 '금발이 너무해'는 새로운 도전이다.
"아기 때문에 생활이 2.5배 바빠졌어요. 솔직하게 송승환 PMC프로덕션 대표가 협박과 회유를 거듭해 맡게 되었어요. 원래 창작을 하고 싶었거든요. 브로드웨이에서 대본과 음악만 사오기 때문에 무대 세트·의상·연출은 모두 우리가 해야 해요.
금발은 머리가 나쁘다는 편견 때문에 괴로워하는 여자의 이야기인데 절대 한국적으로 풀지 않을 겁니다. 그런 편견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이 우리나라에도 많거든요."
글·사진 장상용 기자 [enise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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