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는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를 이렇게 설파했다. “아마추어는 하고 싶거나 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일을 하고, 프로는 할 수 있는 일을 한다”고. 지적인 이미지로 왠지 토론의 달인일 것 같은 개그맨 황현희를 만나러 여의도로 향하면서 그의 유행어 “왜 이래? 아마추어 같이…”라는 말의 속뜻을 헤아려봤다. 과연 그는 재테크에도 프로일까.
재테크요? 조사하면 다 나와
그는 ‘범죄의 재구성’이란 코너에서 황 검사로 나와 “조사하면 다 나와”하고 외치곤 했다. 개그맨 황현희의 재테크 비법을 조사하는 것은 의외로 쉬웠다. 무표정하고 진지한 얼굴로 시비 걸 듯 내뱉는 시니컬한 딴죽걸기 개그의 달인인 그가 인터뷰만큼은 평범한 청년의 겸손한 표정과 말투로 임했기 때문이다.
“저에게 경제관을 심어준 사람은 다름 아닌 부모님입니다. 약사인 아버지는 주식에 관심이 많았고 전업 주부인 어머니는 나름 부동산 고수였어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테크 유전자라, 왠지 알짜배기 비법이 있지 않을까, 기대됐다. 하지만 그는 “그저 어깨 너머로 배운 정도죠?”라며 쑥스럽게 웃었다.
그도 남들처럼 펀드에 관심을 가졌던 시절이 있었다. 요즘도 가끔 PB(프라이빗 뱅커)와 펀드 상담을 받지만 실적은 좋지 않다. 2007년 5000만 원 정도를 ‘브릭스’ 펀드에 맡겼는데 손실이 -30%까지 났다.
최근 세계적인 주가 폭등의 영향으로 -13%로 조금 회복되었는데, 손실 액수로는 꽤 많은 650만 원 정도. 생각하면 속이 쓰리다. 앞으로 얼마나 더 회복될지 모르지만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모험보다 안정성이 최우선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재테크 방법은 CMA(Cash Management Account·종합 자산관리 계좌) 통장. 약 1억 원 정도가 찍혀 있다. “수시로 입출금이 되고 이자도 높고 이체 수수료도 면제되니까 돈 아끼며 모을 수 있어서 좋아요. 이자가 연 4%대면 요즘 같은 시절에 고금리죠. 일석삼~사조예요.”
요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CMA에 그도 발을 담그고 있다. 그의 재테크 목표 우선 순위는 ‘2년 안에 내 집을 갖는 것’. 청약예금 1000만 원짜리를 보유하고 있는데, 동시분양 1순위 자격이 된다고 한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은 어머니 소유다. 북한산 아래 은평 뉴타운에 삼성래미안 아파트 40평을 분양 받았다가 손해 안 보는 선에서 되팔고 다시 나왔다. 그는 “주식 투자는 직접 하지 않지만 최근 ‘주식 시장이 2300까지 간다’는 소문을 들어 들어갈까 생각 중”이다.
10년 후엔 시사개그 해보고파
그는 “아버지가 나를 강하게 키웠다. 아버지는 공부에 관한 것은 다 대주었지만, 고교 졸업 후 대학 등록금과 입학금 이외에는 더 이상 대줄 수 없다고 선언했다”고 말했다. ‘스무 살이 넘으면 혼자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아버지의 철학이었다. 그는 주유소와 월드컵 경기장 등에서 즐겁게 아르바이트를 했고, ‘노가다’로 통칭되는 ‘막노동’까지 해봤다.
젊은 나이에 나름 산전수전 다 겪었다는 그의 지갑에는 돈이 얼마나 들어 있을까? 탈탈 털어보니 카드와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뿐이다. 현금을 넣고 다니지 않는 대신 쓸 때는 현금 카드로 통 크게 쓰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한 달 지출액이 꽤 된단다.
그의 좌우명은 “미친 놈이 되자. 베풀며 살자, 뒤를 돌아보자”다. 그는 10년 후 자신의 모습이 어떨 것 같으냐는 물음에 “결혼하고, 집 사고, CMA 통장이 많이 불어나 있겠죠”라며 웃는다. “돈을 모으는 건 유비무한 정신이에요. 만일 돈이 많이 모이면 가족과 함께 세계일주 여행을 떠나고 싶습니다.” 재테크 목표가 매우 현실적이다.
그는 아버지의 가르침대로 “돈이 있어도 자식들에게 재산을 물려줄 생각은 없다”고 한다. 훗날 자신의 아이들도 혼자 알아서 자기 힘으로 살아가기를 바란다. 자신이 겪어 봤다시피 자립심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재테크 기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황현희는 지난해 KBS연예대상에서 코미디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그는 10년쯤 지나서는 시사개그를 해보고 싶다고 한다. 요즘도 틈만 나면 꾸준히 시사·경제용어를 외운다. 하루 2~3개 신문 읽기는 습관이다.
인터넷 뉴스도 빼놓지 않고 챙겨본다. 평생 개그맨으로 살면서 대학 때 전공이었던 법학 공부도 계속하고 싶다. 법무사 자격증도 따고 기회가 닿으면 로스쿨도 가고 싶다. 어느새 개그 콘서트 녹화시간이 다 됐다. 그는 “왜 이래? 아마추어 같이… 재테크는 혼자서 꾸준히 연구하는 거야”라는 표정으로 총총히 자리를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