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한류가 중국 쓰촨성을 강타했다. 한국은 지난 11~15일 쓰촨성 청두에서 열린 세계 최대 게임 대회인 월드사이버게임즈(World Cyber Games·이하 WCG) 그랜드 파이널에서 금메달3, 은메달2, 동메달 3개를 획득하며 스웨덴(금1, 은2)를 제치고 통산 다섯번째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독일 쾰른 대회에 이은 2연패 달성이었다.
연예인 뺨치는 장재호 신드롬
한국은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3’(이하 워3), ‘카운터스트라이크’, ‘피파09’ ‘붉은 보석’ 등 11개 종목에 19팀이 참가했다. 세계 최강인 스타크래프트에서는 예상대로 이제동(화승), 송병구(삼성전자), 김택용(SK텔레콤)이 금·은·동을 싹쓸이했다. 이밖에도 ‘캐롬3D’의 김희철, ‘붉은보석’의 컴온베이비 팀이 우승했다.
이번 대회 최대 이슈는 한국 프로게이머들을 향한 중국 팬들의 광적인 응원. 특히 장재호(ID Moon)는 연예인을 능가하는 인기를 누렸다. 비록 눈 다래끼와 컨디션 저하로 8강에서 탈락했지만, 가는 곳마다 20~30명의 팬들에 둘러싸여 사인 공세에 시달렸다. 그의 경기 때는 “Moon 짜이유(加油· 불처럼 활활 타오르라는 뜻의 파이팅에 해당)” 플래카드와 피켓이 등장했다. 기자·타종목 선수·운영요원·심판들한테까지 사인 요청을 해왔다. 경기장에서 4분 거리인 호텔까지 공안의 경호를 받아야 했다. 호텔에서도 그가 머무는 층에 경호원을 배치했을 정도다.
베이징에서 장재호 경기를 보러온 회사원 전사오이(25)는 “Moon CD를 통해 게임을 배웠다. 내 주변의 90%가 Moon을 워3 세계 최고라 인정한다”고 했다. 그는 장재호가 지난 번 쓰촨성 지진 때 성금을 가장 많이 냈고, 외국 프로게이머로는 유일하게 베이징 올림픽 성화주자였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스타크래프트 이제동 김택용도 인기
한국 스타크래프트 선수들도 높은 인기에 몸살을 앓았다. 중국에서 워3나 카운터스트라이크에 비해 비인기 종목이지만 이제는 많이 달라졌다. 중국 팬들은 이제동·송병구·김택용의 ID인 Jaedong·Stork·Bisu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응원했다. 세 선수는 밀려드는 사인공세에 화장실에 못갈 정도였다. 이제동은 “한국과는 달리 프로게이머를 연예인처럼 반겨주는 것에 놀랐다. 대회 내내 스타가 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김형석 WCG 대표는 “이번 대회는 2년 전 시애틀(미국)의 3만 7000명, 지난해 쾰른(독일)의 5만 8000명에 비해 훨씬 많은 8만2000여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아왔다. 어느 대회 때보다 정부지원, 응원열기, 규모에서 압도했다. WCG 사상 가장 만족스러운 대회”라고 평가했다.
팁 WCG는?
WCG는 각국에서 예선을 통해 스타크래프트·워크래프트·카운터스트라이크 등 정식 종목 국가대표를 선발, 그랜드파이널에서 금·은·동메달을 놓고 다투는 사이버 올림픽이다. 2001년 삼성전자의 후원으로 탄생, 올해 9회째다. 내년에는 10주년을 맞아 미국 LA에서 그랜드 파이널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