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울진군 간절곶에 가면 김상희의 노래비가 있다. 영일만보다 해가 0.2초 먼저 뜬다는 이곳에 ‘울산 큰애기’ 노래비가 세워진 것은 지난 2000년. 그의 유일한 노래비다.
가수 김상희가 추천하는 자신의 대표곡은 뭘까. 그는 서슴지 않고 ‘대머리 총각’을 꼽았다. 그는 ‘대머리 총각’의 인기 요인을 당시 우울한 시기를 벗어나려는 사회상이 반영돼서라고 했다. 전차 통근시간 등 당시 서민들의 모습이 어필했다는 것.
TV 보기도 싶지 않았고, 라디오도 벽돌장 같은 두꺼운 배터리를 달아 동네 확성기로 같이 듣던 시절, 암울한 시기를 벗어나려는 시대상이 담겨있다는 것. 이 노래는 남파 간첩 김신조도 불렀을 정도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많은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곡은 ‘코스모스 피어있는 길’이라고 했다. 잔잔한 수채화풍의 서정적 노래로 가을이면 언제나 들을 수 있다는 것. ‘즐거운 아리랑’은 추천 사유가 독특하다. 고 박정희 대통령이 작곡가 김강섭씨에게 직접 부탁해 만들어졌다. 한이 덜덜 묻어나는 아리랑이 아니라 활기차고 즐겁게 부를 수 있는 아리랑을 듣고 싶다는 주문이었다. 도쿄국제가요제에서 특별상을 받았고 특히 고연전 때 응원가로도 많이 불렸다.
빼놓을 수 없는 곡이 ‘울산 큰애기’다. 그는 “이 곡은 월남전이 한창이던 시절, 사랑하는 연인을 두고 가는 참전 용사 모자에 부적처럼 써 갖고 갔던 곡으로 유명하다. 이 노래로 노래비까지 갖게 되었고, 지금도 팬들이 늘 불러달라고 하는 곡”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올 1월 3년만에 ‘괜찮아’라는 신곡을 발표했는데 경제 상황이 좋아져 선견지명이 있었다”며 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