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강은 충분히 가능하다.
세계 최고의 무대 월드컵이다. 한국보다 모두 한 수 위의 팀이다. 그러나 아르헨티나·그리스·나이지리아 모두 결코 못 넘을 산은 아니다. 허정무 감독은 “상대를 분석해 맞춤형 전략을 세우겠다”고 했다. 대비책을 잘 세우고 약점을 파고들면 승산이 있다.
아르헨티나…고지대에서 붙어보자한국은 남아공월드컵에서 해발 고도 1753m에 위치한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아르헨티나와 싸운다. 고지대에 적응을 잘하면 아르헨티나와도 대등한 경기를 할 수 있다.
지난 6월10일 에콰도르 키토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에콰도르의 2010 남아공월드컵 남미 예선. 아르헨티나는 리오넬 메시, 카를로스 테베스 등 주축 선수를 총출동시켰다. 하지만 결과는 0-2의 패배였다. 2800m나 되는 해발 고도가 아르헨티나의 발목을 잡은 ‘보이지 않는 손’이었다.
아르헨티나는 후반 들어 시간이 흐를수록 가쁜 숨을 토해냈다. 발도 눈에 띄게 느려졌다. 평지보다 산소가 적은 고지대였기 때문이다. 결국 후반 26분 선제골을 허용했다. 골대에서 22m 지점에서 쏜 중거리슛이 빨랫줄처럼 골망으로 빨려 들어갔다. 고지대는 공기가 희박해 같은 힘으로 슛을 쏴도 더 빠르고 멀리 나간다. 아르헨티나는 후반 38분 추가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4월 볼리비아와 원정경기에서 1-6으로 참패했다. 라파즈의 해발 고도는 3600m다.
체육과학연구원의 송홍선 박사는 “고지대에서 90분을 뛰는 것은 평지에서 130분을 뛰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대비를 하면 좀 더 효율적으로 적응할 수 있다”며 “해발 고도 1330m인 태백 선수촌을 적극 활용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지대 적응 능력은 개인 차가 있어 이를 미리 점검해 출전 선수 명단을 짜야 한다.
한국은 일찌감치 준비를 시작했다. 월드컵 기간 중 사용할 숙소를 1250m 고지대인 남아공 루스텐버그로 정했다. 내년 1월 6일엔 이곳으로 전지훈련을 간다. 월드컵 직전에도 알프스 산맥에 인접한 오스트리아 서부에서 고지 적응훈련을 한다.
아프리카 리듬을 익혀라지난 10월 이집트에서 막을 내린 FIFA U-20 청소년 월드컵.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카메룬과 첫 경기에서 0-2로 완패했다. 카메룬 선수들은 초원을 누비는 사자처럼 빨랐다. 유연성과 탄력도 좋아 몸이 통통 튀어오르는 듯한 느낌도 줬다. 강인한 체구에 개인기까지 갖춰 한국은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했다.
홍명보팀은 카메룬에는 패했지만 독일과 미국을 꺾고 8강까지 갔고, 파라과이마저 제압하며 4강에 올랐다. 다시 한국의 발목을 잡은 건 아프리카 팀 가나였다. 가나의 개인기 앞에 한국 수비수는 속수무책이었다. 나름 선전했지만 2-3으로 패하며 눈물을 삼켰다. 11월 나이지리아에서 열린 17세 이하 청소년 대회에서도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어린 선수들은 8강에서 홈 팀 나이지리아에 1-3으로 무릎을 꿇었다.
허정무팀은 지난 10월 세네갈을 홈으로 불러들여 2-0으로 완승을 거둔 경험이 있다. 하지만 장시간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온 B급 팀과 경기에서 이겼을 뿐이다. 월드컵 아프리카 예선에서 일찌감치 탈락한 세네갈은 애초에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도 한국은 토고에 승리를 거뒀다. 아데바요르는 기대 이상의 기량을 뿜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당시 토고는 월드컵 출전 수당을 놓고 팀과 선수들이 옥신각신하며 한국과 첫 경기를 앞두고 돌연 감독이 팀을 떠났다가 돌아오는 등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었다.
아프리카는 세계 축구를 양분하고 있는 유럽과 남미에 가장 도전장을 던지고 있는 그룹이다. 피지컬과 개인 능력에 있어서는 결코 뒤질 게 없다. 유럽과 남미 축구처럼 아프리카도 독특한 축구 스타일과 리듬이 있다. 이에 대한 경험을 쌓을 필요가 있다. 유연한 몸놀림으로 개인기를 앞세워 돌파하는 아프리카 축구에 대한 예방 접종을 제대로 맞아야 한다. 축구협회는 북한·일본 등과 한 조에 속한 코트디부아르·가나 등 아프리카 강호들과 평가전을 추진할 전망이다.
그리스, 유럽도 한국을 두려워한다유로포비아. 한국 축구는 한동안 유럽 축구 공포증에 시달렸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네덜란드에 5-0으로 대패한 것이 정점이었다. 거스 히딩크가 한국 감독을 맡은 이후에도 한국은 프랑스에 0-5(2001년 5월 컨페더레이션스컵), 체코에 0-5(2001년 8월 유럽 원정 평가전)로 잇달아 패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은 폴란드·포르투갈·이탈리아·스페인을 물리치고 4강 신화를 썼다. 물론 홈 어드밴티지가 적지않게 도움을 줬지만 한국이 막연한 유럽 공포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됐다. 2006년 독일에서는 스위스에 0-2로 패하며 16강 진출의 꿈이 좌절됐지만 프랑스와 1-1 무승부를 거두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이번에는 그리스다.
독일 출신 오토 레하겔 감독이 이끄는 그리스는 독일보다 더 독일 같은 축구를 구사하는 팀이다. 수비 후 역습을 축으로 한 효율적 공격과 체격적 우위를 앞세운 포스트 플레이를 펼친다.
하지만 이제는 한국도 예전의 한국이 아니다. 빠르고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한국형 축구도 장점이 있다. 유럽인들은 흔히 한국 축구를 벌떼에 비유한다. 윙윙거리는 벌떼처럼 지치지 않고, 재빨리 움직인다는 의미다. 체격이 좋은 선수들의 틈을 파고들면 승산이 있다. 한국은 한국은 지난달 유럽 원정 평가전에서 덴마크와 0-0으로 비기고, 세르비아에 0-1로 패했다. 두 경기 모두 내용은 대등했다.
2002년에는 유럽을 상대로 4승(승부차기 승 포함)을 거뒀지만 아직 해외에서 열린 월드컵에서는 유럽을 눌러본 기억이 없다. 2010년은 원정 월드컵에서 유럽에 첫 승을 거둘 절호의 기회다.
이해준 기자 [hjlee72@joongang.co.kr]
▷
[남아공월드컵①] 남아공 월드컵 ‘운명의 대결 3제’▷
[남아공월드컵③] 한국 상대팀 아르헨티나 분석▷
[남아공월드컵④]] 한국 상대팀 나이지리아 전력 분석▷
[남아공월드컵⑤]] 한국 상대팀 그리스 전력 분석▷
[남아공월드컵⑥] 브라질·코트디부아르..북한 ‘무승부도 꿈’▷
[남아공월드컵⑦]] 허정무호, 새해부터 남아공 맞춤훈련▷
[남아공월드컵⑧] 한국, 월드컵 일정 상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