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믈리에(Sommelier)란 프랑스어로 ‘맛을 보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포도주를 관리하고 추천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선 소믈리에 앞에 사케·채소·과일 등 먹거리의 이름을 붙여 ‘특정 음식에 대한 전문가’ 또는 '음식 감별사'란 의미로 쓰인다.
또 김치·막걸리·젓갈 등 우리의 전통음식까지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이제 음식과 식재료까지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 선택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국내에서 활동 중인 이색 소믈리에에 대해 알아봤다.
채소 소믈리에
몸에 좋은 채소와 과일의 정보를 제공해주는 전문가. 정식 명칭은 ‘채소&과일 마이스터’다. 최근 탤런트 윤손하가 일본에서 채소 소믈리에 자격을 취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11월까지는 일본에 건너가 자격을 취득해야 했지만, 국내 1호 채소 소믈리에인 김은경(43)씨가 일본 협회의 인증을 받아 ‘한국 채소&과일 마이스터 협회’를 설립하면서 국내에서도 공부를 하고 시험을 치를 수 있게 됐다. 아직까지 시험 문제의 출제와 채점은 일본측이 맡고 있다.
자격증을 따려면 총 7회에 걸친 이론수업을 듣고, 필기시험에 응시해야 한다. 총 400문제중 280문제 이상 맞춰야 합격이다. 한글로 출제되기 때문에 일본어를 못해도 상관없다. 합격률은 80% 정도로 높은 편. 채식주의자, 농산물업계 종사자, 음식점 창업 희망자 등이 주로 도전하고 있다.
김은경씨는 “채소는 생산과 유통 과정에 따라 품질 차이가 심하다. 제대로 재배한 과일과 채소 고르기는 물론 올바른 섭취에 대해 가르쳐 주는 것이 채소 소믈리에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한국 채소&과일 마이스터 협회(www.vege-fru.co.kr)의 7회 수업료는 98만원(수강료, 교재비, 수험료 1회, 부가세 포함).
사케 소믈리에
일본술'사케'의 추천과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소믈리에다. 일본 내 정식 명칭은 ‘기키사케시’다. 국내에서는 별도의 강좌가 없어 SSI(일본술서비스연구회·www.sakejapan.com)가 제공하는 재택 강의를 들어야 한다. SSI에서 보내준 DVD자료를 통해 수업을 들은 후 총 10회에 걸쳐 과제를 제출한다.
모든 과제를 통과하고 나면 일본에서 최종 시험을 치러야 한다. 시험은 필기·실기·면접 등으로 구성돼 있다. 시험에 통과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종류의 사케를 구분하는 능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 일본어 능력도 필수다. 강의·과제·시험 등 모든 과정이 일본어로 진행되기 때문. 강의자료와 시험응시료를 포함한 비용은 10만엔(약 130만원)정도고, 시험 응시를 위한 일본 방문 비용이 별도로 든다.
사케 소믈리에이자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일식당 ‘스시조’ 지배인 이희종(35)씨는 “국내에도 사케 마니아들이 늘어나면서 사케 소믈리에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자카야(일본식 선술집)도 호황을 누리고 있어 취업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김치 소믈리에
김치 전문가로서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특정 음식과 어울리는 김치를 추천하고 직접 만들기까지 한다. 김치 소믈리에가 되려면 우선 3개월 동안 교육을 받아야 한다.
교육은 실습 위주로 이루어지는데 30여가지의 김치를 만들게 된다. 교육이 끝나면 시험을 보는데 1차 필기전형에서는 객관식 60문제 중 37문제 이상을 맞춰야 한다. 2차 실기 전형에서는 두 가지 종류의 김치를 맛깔나게 담가야 한다. 특히 실기 전형 채점기준은 까다로운 편이다. 철저하게 레시피에 맞추면서도 맛에 있어서는 개성이 드러나야 한다. 청결이나 모양새도 채점 기준 중 하나다.
지난해 10월 세계음식문화연구원이 이 과정을 마련해 현재까지 총 17명의 김치 소믈리에를 배출했다. 합격률은 65%. 김치 전문식당·김치 온라인 쇼핑몰 등 김치와 관련된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세계음식문화연구원 양향자(52) 이사장은 “유럽에 와인 소믈리에가 있듯이 우리나라에는 김치 소믈리에가 있다. 아직 시작단계지만 김치 세계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직업이다”고 강조한다. 세계음식문화연구원(www.wfcc.or.kr)의 3개월 과정의 수강료는 120만원(수강료, 수험료, 부가세 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