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배삼룡의 후배 송해가 25일 오전 7시 40분 서울 송파구 풍납동 아산현대병원에서 열린 영결식에서 눈물의 조사를 바쳤다. 송해는 조사를 낭독하는 과정에서 많이 울먹였다. 다음은 송해의 조사 전문이다.
조사에 앞서 이 자리에 계셔야 할, 저에게는 또 한 분의 선배, 구봉서 선배가 자리 못하셨습니다. 그 분(구봉서)의 건강이 좋지 않으십니다. (구봉서가) 선후배들이 다같이 부러워한 천륜의 상대를 먼저 보내는 마음이 무거워 못 나오셨습니다. 개인적으로 충분히 이해합니다.
가물가물한 70년대 '형님 먼저 아우 먼저'를 회상해봅니다. '형님 먼저 아우 먼저'는 하기 쉬운 말이나 그 한 구절이 우리를 무척 즐겁게 했습니다. 형님! 형님이라고 꼭 먼저 가고 동생이라고 꼭 뒤에 가야합니까. 왜 대답이 없으십니까. 너무 합니다.
형님, 너무 오랫동안 고통받고 고생하셨습니다. 너무 무거운 짐 짊어 지셨습니다. 식물인간이라는 말이 형님 좋아하는 사람들 입에서 돌 때 마음이 어떠셨습니까. 저에겐 '다시 후배들과 함께 전국민을 즐겁게 하자'는 형님의 결심이 너무 높고 보기 좋았습니다. 감히 우리가 어찌 따라가고 생각하겠습니까.
형님의 코미디 세계를 대충 훑어봅니다. '비실비실 국민 영웅' '개다리 춤의 일인자' '코미디의 황제', 맞습니다. '천재적인 바보 연기자', 형님에게 꼭 맞는 이야깁니다. 내 아픔을 뒤로 하고 웃음을 먼저 선사하려던 것이 형님의 희극 철학이었습니다. '송해야, 희극이란 게 뭐냐? 따져보자'라며 따뜻하게 손을 잡아주시던 형님.
똑똑한 사람들에게 얻어 터지고 일어서고, 마지막에 상상을 뒤엎어 상대를 K.O 시키시는 연기력은 대단했습니다. 형님을 사랑합니다. 형님은 우리 시대에 다시 오지 못할 희망이셨습니다. 어려운 일 많이 하셨습니다. '남을 웃길 수 있다면 매를 맞아도 좋아'라는 형님의 정신 본 받겠습니다. 살아 생전 못 모신 아우들은 마음이 답답합니다.
형님이 왜 바보입니까. 완벽하고 영특한 형님의 제자들이 형님을 그리며 아픔을 달래고 있습니다. 하늘나라 넓은 무대에서 괄시 받지 말고, 누우시지 말고, 아프시지 말고 천국을 웃겨주십시오.장상용 기자 [enisei@joongang.co.kr]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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