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뮬러 원(F1) 한국 그랑프리 대회 기간 동안 외국 기자들 사이에선 모텔이 화제였다. 난생 처음 본 숙박 시설에 대한 이런저런 말들이 끊이지 않았다.
“무선 인터넷이 공짜이고, 50인치가 넘는 대형 평면 TV가 있다. 이정도면 대만족”이라는 칭찬도 있었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특히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의 플라비오 바네티 기자는 ‘F1 팀들 섹스 모텔로 떨어지다, 팀 관계자들과 기자들은 러브 스퀘어(love square)에 짐을 풀다’는 냉소적인 기사로 눈길을 끌었다. 24일 미디어 센터에서 그를 만났다.
-뭐가 불만인가. “이런 숙소는 어디서도 본 적이 없다. 어제 취재를 끝내고 들어오니 화장실 바닥에 물이 고여 있었고, 비누에 거품 자국이 보였다. 이건 분명 누군가가 내 방을 사용했다는 증거다. 방 안에 짐과 옷이 있었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나.”
그는 대뜸 조끼의 주머니를 열고 뭔가를 꺼냈다. 그가 묶고 있는 모텔의 방 열쇠였다.
-이걸 왜 가져 왔나.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다른 사람이 내 방을 쓰는 걸 조금이라도 막기 위해 일부러 챙겼다.”
-모텔에 여분에 키가 더 있을 수도 있는데. “알고 있다. 그래도 내가 들고 나오는 게 낫다. 이런 식으로 할 거면 방값을 깎아줘야 하는 것 아닌가.”
사실 그를 가장 화나게 한 것은 모텔 가격이었다.
-방값은 얼마를 냈나. “하루 250유로(약 40만원)을 냈다. 회사에서 지불하는 것이긴 하지만 터무니없이 비싸다.”
그가 사용한 객실을 정말로 모텔에서 중간에 대실했는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어쩌면 청소한 흔적을 보고 그가 오해한 것일수도 있다. 하지만 유럽인의 기준에 맞추지 못한 부분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신뢰를 주지 못했다는 점도 문제다.
코리아 그랑프리 운영법인 KAVO의 정영조 대표는 대회가 끝난 뒤 “숙소가 외국인 정서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내년에는 좀 더 나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영암=김우철 기자 [beneat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