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또 다시 이적설에 휘말렸다.
이번에는 이영표(33·알 힐랄)가 뛰었던 토트넘 홋스퍼다. 이를 보도한 영국의 타블로이드 주간지 '뉴스 오브 더 월드'의 논리는 이렇다. 맨유가 웨일즈 출신으로 토트넘의 측면을 맡고 있는 가레스 베일(21)을 영입하기 위해서는 박지성·마이클 캐릭과 맞교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 기사는 양 팀 감독들의 의견이라기 보다는 맨유가 베일이라는 대어를 잡기 위한 추론들을 열거한 것에 불과하다.
박지성의 에이전시 JS 리미티드는 "이번 토트넘 이적설도 예전처럼 루머에 그칠 것"이라며 크게 신경쓰지 않는 눈치다. 박지성은 맨유에 입단한 후 수많은 이적설에 시달려왔다. 박지성을 비롯한 축구 선수들의 이적설은 누가 어떻게 만드는 걸까. 그리고 이적설이 현실로 이어질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보이지 않는 손 '에이전트'
선수들 재계약 기간이나 여름·겨울 이적시장이 다가오면 감독이나 선수보다 더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이 있다. 에이전트들이다. 에이전트는 선수와 계약을 맺은 후 연봉과 이적료의 10% 안팎의 수수료를 받는다.
선수가 움직여야 이들도 돈을 번다. 이 때문에 에이전트는 팀이 원할만 한 선수 목록을 만들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구성해 감독들을 설득한다. 이 과정에서 언론에 정보를 흘려 분위기를 몰기도 한다.
2003년 데이비드 베컴이 맨유에서 쫓겨났을 때 연일 명문클럽 이적설도 이런 과정에서 불거져나왔다. 일본의 축구 스타 혼다 케이스케(CSKA 모스크바) 역시 올 한해에만 리버풀·아스널(이상 잉글랜드)·발렌시아(스페인)·AC 밀란(이탈리아) 등 명문클럽 이적설이 끊이지 않았다. 대부분의 이적설은 감독과 구단의 요구가 아니라 에이전트들의 상상력의 산물이다 보니 실현되는 게 많지 않다.
▶왜 박지성이 주요 타깃인가
가레스 베일·프랑크 리베리·얀 훈텔라르·다비드 비야 등 그동안 박지성의 이적설에 연루된 상대들은 한결같이 최고의 주가를 자랑하는 특급 스타였다. 특급 스타끼리 맞트레이드는 각 팀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물려 있다보니 현실 가능성이 떨어진다.
대신 박지성·대런 플레쳐·마이클 캐릭처럼 드러나지는 않지만 팀에서 알짜 활약을 보여주는 선수들이 특급 스타들과 맞트레이드할 주요 대상이 되곤 한다. 박지성은 맨유 입단 후 줄곧 이적설의 주인공에 올랐다. 게다가 올시즌 초반 크게 활약하지 못하는 점(6경기 1골1어시스트) 역시 이적의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종종 에이전트들의 농간에 화를 내곤 했다. 에이전트와 협의 과정에서 가브리엘 에인세와 카를로스 테베스와 감정의 골이 깊어져 원치않는 결별을 했던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퍼거슨 감독은 최근 맨유를 떠나겠다는 폭탄 발언한 웨인 루니를 붙잡기 위해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결국 루니와 5년 계약을 연장한 후 퍼거슨 감독은 "에이전트들은 재계약을 받아내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한다. 루니는 에이전트에 놀아난 꼭두각시였다"고 말했다.
최원창 기자 [gerrard1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