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복싱 대표팀은 9월 13일 국제복싱연맹(AIBA)으로부터 청천벽력과 같은 경고를 받았다. 1일 안상수 전 인천 시장이 아마튜어복싱연맹이 신임회장으로 선출될 때까지 내홍을 겪었다. 다행히 아시안게임 출전 문제도 해결됐다.
풍파를 겪은지 한 달이 다 돼 간다. 복싱대표팀은 25일 태백선수촌으로 입촌했다. 태백선수촌은 함백산(1573m) 자락 해발 1330m에 자리 잡고 있다. 1998년 개촌한 태백선수촌은 주변이 모두 산이다. 번화가까지 가려면 7km는 족히 나가야 한다. 벤텀급(52kg이하급)의 김주성은 "태백선수촌에 들어오면 죽었다는 생각만 든다. 운동만 생각하게 되는 곳이다"고 말했다.
한국 복싱은 1986 서울 아시안게임 이후 하향세다. 2006 도하에서는 금메달을 하나도 따지 못했다. 2010 광저우 아시안 게임 복싱 종목에는 남자부 10개와 여자부 3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한국 복싱 부흥의 책임을 짊어진 나동길(49) 감독을 만났다.
-출전 금지 파문이 일었던지 한 달이 다 돼 간다. 어떻게 지냈나.
"큰 문제는 없다. 지금 대표 선수들은 진주에서 열린 전국체전에서 모두 금메달을 땄다. 분위기는 최고다."
-AIBA와 다툼으로 전 대한아마추어 복싱연맹 회장이 바뀌었다. 선수들 동요는 없었나.
"선수단은 흔들리지 않았다. ‘나간다, 못 나간다’ 이야기는 많았다. 하지만 못 나갈 것이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선수들한테도 그렇게 말했다. 애들이 잘 따라와줬다."
-분위기 전환을 위해 태백선수촌을 찾는 것인가.
"혼란을 피하기 위해 태백에 들어왔다는 기사도 봤다. 사실이 아니다. 우리는 일정대로 움직이고 있다. 태백은 훈련하기 좋은 조건이다. 고지대 훈련을 하기 때문에 선수들의 심폐지구력 향상에 좋다. 다른 이유는 없다."
-광저우 아시안 게임 목표는.
"중국이 1986년 서울 대회 한국(전종목 석권)을 재현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현실적으로 금메달 하나 정도를 노리고 있다. 금메달을 못 따면 내가 옷을 벗겠다. 선수들 기량이 한단계 올랐다.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태백= 김민규 기자 [gangaeto@joongang.co.kr]
▲Tip=AIBA가 한국 복싱 대표팀에 국제대회 출전 금지 징계를 내린 표면적 이유는 새 회장을 뽑으라는 지시를 어겼다는 것. 하지만 실상은 유재준 전임 회장과 국제복싱연맹의 우징궈 회장의 갈등 때문이었다. 9일 유 회장이 물러났지만 집행부가 그대로 남아 있기에 대표 선수들을 볼모로 '한국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다. 대한체육회가 황급히 나서 신임 안상수 회장을 뽑으며 문제가 해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