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신(37·두산)은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남자핸드볼 준결승 카타르전을 마친 뒤 "핸드볼 신이 와도 못 이기는 경기다. 지금까지 핸드볼을 해온 게 창피하다"는 말을 했다. 당시 경기에서 아시아핸드볼연맹(AHF) 회장국인 쿠웨이트는 '껄끄러운 상대' 한국을 견제하기 위해 쿠웨이트 심판을 동원해 대표팀을 골탕 먹였다. 양국 선수간 몸이 닿기만 하면 한국 선수의 반칙이 선언됐다. '에이스' 윤경신은 5분동안 2번이나 퇴장을 당했다.
결국 1986년 서울 대회부터 2002년 부산 대회까지 5연패를 거둔 한국 남자팀은 석연치 않은 심판 판정으로 당시 대회 4위에 그쳤다.
국제 핸드볼계의 '반칙왕' 쿠웨이트가 최근 광저우 아시안게임 출전을 확정지었다. 본래 쿠웨이트 올림픽위원회는 올 1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 부터 국제대회 무기한 출전정지의 징계를 받아 모든 종목의 국제대회 출전이 금지됐다. 정부가 스포츠 단체 수장을 직접 임명하는 등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최근 쿠웨이트는 IOC로부터 구제를 받았고 남자핸드볼은 한국과 같은 B조에서 예선을 치르게 됐다.
남자대표팀 조영신 감독은 편파 판정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1~2명이 퇴장을 당하는 상황을 감안해 선수들의 특별 체력훈련을 하고 있다. 조 감독은 "몸싸움을 하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윤경신이나 백원철의 중거리슛을 이용하는 전술을 주로 구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선수들 각오도 남다르다. 윤경신은 "동생들이 흥분하더라도, 내가 나서서 흥분을 가라앉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낙관론도 있다. 이번 대회에서는 쿠웨이트가 예전만큼 편파판정의 덕을 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2009년 대한핸드볼협회장으로 취임한 SK 최태원 회장 덕이다. 대한핸드볼협회 정형균 부회장은 "지난해 4월 회장 취임 직후 최 회장이 셰이크 아마드 AHF 회장을 만났다. 본래 최 회장과 사업 파트너였던 터라 앞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자는 얘기가 오갔다. 또 이번 대회에는 국제핸드볼연맹에서 경기 감독관과 국제심판을 파견하기로 했다. 쿠웨이트가 아시아핸드볼연맹 회장국이라고 해도 심판을 마음대로 조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