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와일드카드(24세 이상 선수)'를 제대로 활용한 적이 없다. 대회 직전 부상이 잦았고 나이 차가 많이 나 주력인 어린 선수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했다. 하지만 홍명보 팀은 달랐다. '와일드 카드(24세 이상 선수)' 김정우(28·상무)와 박주영(25·모나코)의 활약이 빛났다.
성품이 유순한 김정우는 구자철을 중심으로 뭉쳐 있는 팀 분위기를 존중했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했던 박주영도 자신을 바꾸고 후배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이원재 대한축구협회 홍보부장은 "월드컵 때와 비교해 180도 달라졌다. 후배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전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후배들을 만났다"고 전했다. 경험이란 2006 도하 대회 때 실패를 말한다.
김정우와 박주영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축구를 8강으로 이끌었다. 홍명보 팀은 15일 중국 광저우 톈허경기장에서 열린 중국과 16강전에서 3-0 완승을 거뒀다.
팀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둘은 결코 '계륵'이 아니었다. 경기장에서는 골로 형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전반 20분 맏형 김정우(상무)가 먼저 나섰다. 왼쪽 측면을 뚫은 지동원(전남)이 올린 크로스를 조영철(니가타)이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받아 드리블한 뒤 곧바로 슈팅으로 연결했다. 볼이 골문을 벗어나려는 순간 김정우(성남)가 달려들며 왼발로 마무리를 지었다.
후반 5분에는 박주영의 차례였다. 박주영은 프리킥 찬스에서 장기인 오른발 킥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아크 오른쪽에서 강하게 감아찬 볼은 골문 반대편 구석으로 빨려들어갔다. 박주영의 골로 중국은 전의를 상실했다. 후반 13분 조영철(니가타)은 지동원의 패스를 받아 쐐기골을 성공시키며 이날의 대승을 자축했다. 이로써 한국은 중국과 올림픽팀(23세 이하팀)간 대결에서 8승 1무로 무패기록을 이어갔다. 8강전은 19일 열린다.
팀의 막내 지동원은 "두 형들이 있어 팀이 더 안정됐다. 경기력 면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며 '와일드 카드' 효과를 높이 평가했다.
광저우=장치혁 기자 [jangt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