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은 박태환(21·단국대)에게 많은 것을 남겼다.
'마린 보이' 박태환은 이번 대회를 통해 부활을 알렸다. 그는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 이어 자유형 200m와 400m에서 2관왕 2연패를 달성했다. 자유형 200m에서는 종전 자신의 기록을 넘어 아시아신기록(1분44초80)을 세웠다. 이번 대회가 그에게 남긴 것들을 살펴봤다.
첨단 수영복 벗으니 경쟁력 세계적 지난해 세계 수영계에는 첨단 수영복 열풍이 몰아쳤다. 최첨단 신소재의 전신수영복이 부력을 높이고 물의 저항을 줄여 기록 향상을 도왔다. 2009년 로마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남자 경영의 경우 자유형 1500m를 제외한 전종목에서 세계신기록이 쏟아졌다. '기술 도핑'이란 말까지 나왔다. 박태환은 지난해에도 종전의 직물 소재 반신수영복을 고집했다가 크게 손해를 봤다.
결국 세계수영연맹(FINA)은 올해부터 첨단수영복을 전면금지했다. 직물소재 수영복만 입을 수 있다. 남자 선수의 경우 전신수영복이 금지돼 허리부터 무릎 길이까지 수영복만 허용된다. 올해 선수들 기록이 저조한 것도 '전신 수영복 금지 후유증'이다. 그러나 박태환은 신기록을 냈다. 실력으로만 승부하자 오히려 박태환에게 득이 된 것이다.
이제 200·400m에 집중할 때 박태환은 그동안 세계대회 자유형 400m와 200m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2007년 멜버른 세계선수권(자유형 400m 금·200m 동)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자유형 400m 금·200m 은)이 대표적이다. 시간이 갈수록 자유형 200m 기록향상이 두드러졌다. 멜버른과 베이징, 이번 광저우까지 3개 대회에서 모두 이 종목 아시아기록을 경신했다. 반면 자유형 1500m는 갈수록 기록이 큰 폭으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박태환을 지도하는 마이클 볼(호주) 코치는 16일 "100m부터 1500m까지 모두 잘 하는 선수는 없다. 박태환은 앞으로 자유형 200m와 400m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기록 꿈이 아니다박태환은 늘 "언젠가 세계기록을 세우는 게 수영 선수로서의 남은 꿈"이라고 말한다. 그가 세계선수권과 올림픽 금메달을 땄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세계신'이라는 말에는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박태환은 그게 꿈이 아니라는 걸 증명했다.
박태환은 16일 열린 자유형 400m 결승에서 300m 구간까지의 랩타임이 이 종목 세계기록(파울 비더만·독일)을 앞섰다. 비더만의 300m 랩타임이 2분47초17, 박태환이 2분46초33이었다. 볼 코치는 "세계 수영계가 깜짝 놀랄 것"이라고 말했다.
광저우=이은경 기자 [kyong88@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