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만 넘으면 금메달이 보인다.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7위로 추락하며 자존심을 구긴 한국 남자농구가 명예 회복의 기회를 잡았다.
한국은 16일 열린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E조 예선 1차전에서 우즈베키스탄을 103-54로 크게 이기고 산뜻하게 출발했다. 결과도 결과지만 내용이 좋았다. 명단에 든 12명이 번갈아 나와 다섯 명이 두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강력한 압박수비로 상대 실책을 23개나 유도했다. 부상 우려를 완벽하게 씻지 못한 하승진이 10분 가까이 뛰며 12점·3리바운드를 올린 것도 고무적이다.
이날 남자농구에 참가한 12개국이 모두 첫 경기를 치렀다. 예상했던 것보다 다른 팀들이 그리 강하지않다. 특히 9월 열린 터키 세계선수권대회에 온 힘을 쏟아부은 중동 국가들의 전력이 예전만 못하다.
한국과 E조 2위를 다툴 요르단은 2진급으로 선수단을 꾸렸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평균 15.2점으로 활약한 자이드 압바스, 평균 15점의 라심 라이트 등 주전들이 다 불참했다. 요르단은 16일 1쿼터까지 북한에 2점 차로 끌려다니다 신승했다. 우승 후보 이란의 전력도 정상이 아니다. 미국프로농구(NBA)에서 뛰는 센터 하메드 하다디가 빠졌고,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대회 득점왕 모하마드사마드 니카도 부상 회복이 더뎌 출전을 포기했다. 미국대학농구(NCAA)에서 뛰는 기대주 아르살란 카제미도 중국에 오지 못했다. 이란의 선수 구성은 지난 9월 ABA 챔피언십에 나왔던 이란 올스타팀과 거의 비슷하다. 당시 이란팀은 서울 삼성에 80-89로 졌다. 준결승에서 이란과 맞닥뜨릴 것으로 보이는 한국이 충분히 이길 수 있다.
결국 메달 색깔은 홈팀 중국과의 대결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주전으로 뛴 가드 류웨이, 슈터 왕쉬펑, 포워드 쑨예 등이 버티고 있다. 12명 전원이 1m90㎝가 넘는 높이도 한국에는 부담이다. 하지만 NBA 리거 야오밍과 이지안리안이 빠져 최상의 전력은 아니다. 여름내 덩치 큰 미국 선수들과 부대끼며 조직력을 갈고 닦은 한국이 해볼만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중국 칭다오팀의 강정수 코치는 “이승준과 김주성이 골 밑에서 중국에 밀리지 않는다면 승산이 있다. 응집력은 한국이 낫다”고 말했다.
남자농구는 12개국이 2개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르고 상위 4개국이 8강에 올라 토너먼트로 우승국을 가린다.
김우철 기자 [beneat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