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에 나서는 장수들은 여유있는 농담으로 출사표를 대신했다.
K-리그 가을잔치인 6강 플레이오프(PO)를 앞두고 17일 축구회관에 한데 모인 4개팀 사령탑들은 결연한 각오보다는 화려한 입담으로 맞붙었다.
입담의 대가 최강희 전북 감독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는 "지난해 1위할 때는 플레이오프 제도가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와보니 꽤 괜찮은 제도인 것 같다"며 웃음을 유도했다. 이어 누가 준우승팀이 될 것 같냐는 팬의 질문엔 "챔피언결정전에 올라가 있는 서울이 준우승할 것 같다"며 "기다려라 빙가다"를 외쳤다. 김귀화 경남 감독이 전북 홈 구장에서 5경기째 승리를 못해 이번 만큼은 이기겠다고 하자 최 감독은 "이번에도 못 이길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아시아를 제패하고 돌아온 신태용 성남 일화 감독이 바통을 이어 받았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컵과 비교하며 "이것(K-리그 우승 트로피)이 더 멋있다"며 우승 열망을 숨기지 않았다. 홍명보팀에 합류한 측면 수비수 홍철에 대해서는 "홍철은 집 나간 놈"이라며 "꼭 금메달을 따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김귀화 감독이 "윤빛가람과 김주영이 절박하다보니 홍명보팀이 중국전에서 지기를 바라기도 했다"고 말한 것에 대한 응수였다. 그는 "당연히 목표는 1등, 우승이다. 하지만 절대 세리머니는 안 한다"라고 말해 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지난해 4월 레슬링 세리머니 약속을 지켰다가 민망한 사진에 혼쭐 난 기억이 크게 자리한 모양이었다.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 신 감독의 스승이었던 김호곤 울산 감독은 "태용아 최선을 다해라! 그래도 좀 봐줘"라고 농담했다. 김귀화 감독은 "만일 우승하면 서포터를 한 명씩 업고 운동장을 돌겠다"고 말했다. 힘든 약속 아니냐는 물음에 그는 "우리 팬들이 몇 명 되지 않아 괜챦다"며 마지막 웃음을 선사했다. 쏘나타 K-리그 6강 PO는 20일 전북-경남(오후3시·전주월드컵경기장)전에 이어 21일 울산-성남(오후3시·울산문수월드컵경기장)전을 벌인다.
최원창 기자 [gerrard1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