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맛집 없을까.” 한 집 건너 한 집은 방송출연 경력을 자랑하고, 블로그는 하루가 멀다 하고 수십 곳의 식당을 소개한다. 진정한 맛집 찾기가 힘들어져 가는 요즘, 알찬 한식 맛집 정보서가 나왔다. 최근 중앙북스에서 발간한 『백년명가-자연과 사람과 인연이 만든 우리네 맛 집 156곳(이하 백년명가·1만5000원)』이다. 이 책은 20년 동안 맛 집을 취재해 온 고참기자부터 2년차 새내기 음식기자 등 9명으로 구성된 일간스포츠 특별취재팀이 전국을 발로 뛰며 찾아낸 맛집을 담았다. 짧게는 10여 년, 길게는 3대를 이어가며 독보적인 맛을 자랑하는 곳들이다.『백년명가』에 오른 156곳 중에서 몇 곳만 골라 소개한다. 윤서현 기자 [yoonsh@joongang.co.kr]
▶한국인은 자고로 밥심◆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비빔밥집 - 함양집 1924년에 문을 열어 4대를 이어가고 있는 집이다. 납작한 놋그릇에 담아내는 비빔밥이 대표메뉴. 소고기 육수로 지은 밥에 고사리·콩나물·시금치·미나리·김·미역 등 17가지 채소와 육회, 전복 한 조각을 올린다. 비빔장은 찹쌀고추장에 된장과 소금을 넣어 만든다. 비빔밥과 함께 나오는, 소고기·무·홍합·조갯살·두부 등을 넣고 끓인 탕도 진국이다. 비빔밥 8000원,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울산시 남구 달동 1263-13, 052-260-9060.
◆꺼끌꺼끌 한 듯 입에 달라붙는 꽁보리밥 - 고향보리밥 삼청동 골목 구석 가정집을 개조한 밥집. 자그마한 나무 간판도 화분에 가려 잘 보이지 않지만 하루 평균 100~200명의 손님이 찾는다. 꽁보리밥과 노란 기장밥에 무순·파프리카·도라지 등 12가지 채소와 된장·고추장을 반 숟가락 씩 넣어 쓱쓱 비벼 먹는 맛이 꿀맛이다. 뚝배기 한 가득 담겨 나오는 사골 우거짓국도 빼놓을 수 없다. 이 푸짐한 보리밥 한 상이 5000원. 17년째 같은 가격이다. 보리밥 5000원,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9시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동사무소에서 도보로 5분, 02-736-9716.
▶씹을수록 고소한 고기맛 ◆30년 동안 고집해 온 불고기 맛 - 한일관1939년에 장사를 시작한 이래 ‘불고기 명가’로 승승장구해왔다. 한일관이 이렇듯 인정을 받는 이유는 최고의 재료를 고집하는데 있다. 30년 전부터 오직 등심(채끝 포함)만 쓴다. 고기를 12시간 이상 숙성시켜 연한 맛이 특징이다. 불고기 200g 2만 5000원(압구정점)·2만 3000원(영등포점),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619-4(압구정점)·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타임스퀘어 414호(영등포점), 1577-9963.
◆와인과 함께 즐기는 신세대 고깃집 - 불고기브라더스연기와 가위가 없는 고깃집. 대신 재즈 선율이 울려퍼지고 와인이 놓여져있다. 2006년 10월 문을 연 불고기브라더스는 아직 몇 해 되지 않았지만 젊은층의 입 맛을 사로잡으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불고기 재료는 등심 외에 전각·설도·설깃 부위를 골고루 섞어 쓴다. 정량화해 공개한 레시피와 젊은 직원들의 친절한 서비스가 만족스럽다. 서울식 불고기 런치 세트 1만 3600~2만 3900원,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서울 중구 명동 1가 7-1 태흥빌딩 2층, 02-319-3351~3.
◆파인애플 즙·화이트 와인으로 맛을 낸- 가보정1989년 165㎡(50평) 규모로 시작한 동네 갈빗집이 1200석을 갖춘 수원 대표 갈비 전문점으로 성장했다. 오랫동안 사랑받는 비결은 파인애플 즙·로즈메리·화이트 와인 등을 섞은 갈비 소스다. '소고기는 참숯으로 구워야 제맛'이라는 사장의 소신에 따라 개업 이래 지금까지 참숯만 고집하는 것도 특징이다. 소갈비 4만 8000원,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0시 50분까지,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958-1, 031-238-3883.
▶맛있게 몸보신 할까 ◆노무현 전 대통령도 즐겨 찾은 - 토속촌 여름이면 하루 종일 장사진을 이루는 삼계탕 전문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이곳을 자주 찾았다. 닭의 크기는 조금 아쉽지만 뽀얗고 걸쭉한 국물은 남김없이 먹을 정도로 깊은 맛을 자랑한다. 삼계탕 1만4000원,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서울 종로구 체부동 85-1, 02-737-7444.
◆고추장 소스 발라 세 번 구운 장어 - 연기식당 하루 최대 230kg이상의 장어를 파는 40년 역사의 장어구이집이다. 그 맛의 비법이라면 첫째는 신선한 재료이고 둘째는 직접 만든 고추장 소스를 발라 세 번 굽는 기술이다. 간장 소스에 버무린 부추, 양파를 함께 곁들이면 느끼한 맛이 덜하다. 장어구이 1인분 2만 2000원,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전북 고창군 아산면 삼인리 20, 063-562-1537.
◆한약재 먹여 키운 미꾸라지 - 형제추어탕 1926년 형제주점으로 시작된 형제추어탕. 이집의 트레이드마크는 배달 자전거다. 1930년대까지 자전거 배달원들은 한 손에 추어탕 그릇을 쌓아 든 채 거리를 누렸다고 한다. 자전거 배달원은 없어졌지만 시원하고 칼칼한 추어탕 맛은 그대로다. 한약재로 키운 미꾸라지를 사용하며 육수는 소의 사골과 양지머리를 우려 만든다. 추어탕 9000원,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9시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281-1, 02-919-4455.
▶입맛 없을 땐 후루룩 국수 한 그릇◆부드러운 연 노란색 자장면 - 신승관 올해로 45년 된 유서 깊은 중국집이다. 이집은 자장을 만들 때 감자를 넣지 않는다. 전분 함량이 높아져 먹기에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대신 양파·호박·배추·양배추 등 채소가 듬뿍 들어간다. 그리고 반죽할 때 채소 즙을 넣어 연 노란색 면을 뽑아 쓴다. 그 때문인지 기계면인데도 면발이 부드럽고 자장 역시 뒷맛이 깔끔하다. 자장면 4000원,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9시까지, 서울 중구 북창동 73, 02-735-9955.
◆가게 안에 방앗간이 있는 냉면집 - 평양면옥40년 전 고 홍영남 씨가 경기도 전곡에 냉면집을 연 것이 평양면옥의 시작이다. 가게 안에 방앗간이 있어 그날그날 쓸 메밀을 직접 빻는다. 까끌까끌하면서도 뚝뚝 끊어지는 면발은 구수한 메밀 향이 진하다. 깔끔한 맛의 육수는 물 한 솥에 돼지 삼겹살과 소고기 사태·양파·대파를 넣고 매일 아침 한 차례씩 끓인다. 비빔·물냉면 8000원,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 30분까지,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3동 385, 031-877-2282.
◆김영삼 전 대통령의 단골집 - 소호정 25년째 안동 국수를 파는 곳으로, 김영삼 전 대통령의 단골집으로 유명하다. 안동 지방 국수는 면에 콩가루를 섞어 반죽하는 것이 특징이다. 손으로 반죽하고 밀어 칼로 썬 면을 양지 머릿고기를 곤 뽀얀 국물에 끓여낸다. 부드럽고 야들야들한 면을 짭조름하면서도 달콤한 깻잎장아찌에 싸 먹는 맛이 일품이다. 칼국수 9000원,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서울 서초구 양재2동 392-11, 02-579-7282.
▶출출할 때 가볍게 먹는 별미◆‘며느리도 모른다’던 그 맛의 비법 - 마복림할머니떡볶이 매스컴을 통해 유명해진 마복림 할머니는 90세의 고령이라 가게에는 나오시지 않는다. 대신 비법을 가르쳐주지 않는다던 그 ‘며느리들’이 운영하고 있다. 둘째 며느리인 김선자 씨는 소스에 고춧가루·물엿·후춧가루·마늘·깨·복합조미료 등을 넣고, 물엿과 설탕의 양을 줄이는 대신 양파로 단 맛을 낸다고 한다. 하지만 그 황금 비율은 ‘일급비밀’이라고. 맵지 않은 대신 먹고 난 후에도 단 맛이 남는다. 떡볶이 2인분 세트 2만원,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서울 중구 신당1동 292-112, 02-2232-8930.
◆3대째 이어져온 개성 만두 - 궁 서울에서 드물게 3대째 개성 만두를 빚어내는 집. 만두피가 얇아 만두를 쪘을 때 소가 훤히 비치는 게 특징이다. 만두소에 주로 배추·숙주·부추·두부 등이 들어가 담백하고 깔끔하다. 양지머리와 10가지 약재로 우려내 국물 맛이 깊은 만둣국과 만두전골도 인기다. 만둣국에는 또 다른 개성 대표 음식인 조랭이 떡이 들어간다. 생만두·찐만두·만둣국 8000원,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30-11, 02-733-9240.
◆전기구이 통닭의 원조 - 명동영양센터 ‘전기로 닭을 구우면 어떨까?’ 1960년 어느 날 이도성 씨의 머릿속에 이런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리고 쫄깃하면서 담백한 속살, 바삭하면서도 느끼하지 않은 껍질의 전기구이 통닭은 50년 넘게 국민 특식으로 사랑받고 있다. 변치 않는 맛의 비법은 식용유 대신 유채 기름을 사용하고, 닭 속에 소금을 넣어 굽는 것이다. 통닭 한 마리 1만 3000원,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10시 30분까지, 서울 중구 충무로1가 23-16, 02-776-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