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몰라도 사진작가 조세현은 안다는 말이 있다.
배용준·이병헌·이영애·고현정·서태지 등 톱스타부터 이명박 대통령·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오세훈 서울시장 등 정치인까지 대한민국의 유명인사는 모두 그의 카메라 앞에 모델로 섰다.
셀러브리티의 인물사진으로 최고가 된 그가 2003년부터 사진전 '천사들의 편지'를 통해 150여명의 고아들을 유명인사의 손에 맡겨 앵글에 담았다. '해외 입양돼 고국을 잊고 살 아이들에게 추억이 됐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소망에서다. 유명인사가 출연료 한푼 안받고 흰 면 티셔츠 한 장 걸친 채 아이를 안는 이유는 조세현 작가의 진정성을 알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다 아이의 똥을 뒤집어 쓴 천정명은 "애기 똥은 몸에도 좋다'며 웃고 지난 10월 출산한 고소영은 조세현과의 인연으로 몸조리도 다하기 전에 대한사회복지회를 찾아 성금 1억 원을 기탁하는 등 열성이다.
오는 15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에 위치한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천사들의 편지' 준비에 분주한 조세현을 서울 논현동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천사들의 편지'에 스타들을 노 개런티로 섭외하는 비결은. "나는 작업할 때 스타들과 소통과 교감을 한다. 또 그들에게 '조세현이 나를 존경하는 구나'라는 마음이 들게 한다. 그렇게 인연을 만든다. 사실 친한 작가가 하는 일이다 보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달려오는 경우도 있다. 이병헌이 그랬다. 하지만 아이에게 우유 먹이고 옷 입히고 안고 얼르면서 아이에 대한 애정이 저절로 솟아나더라. 지금은 소외된 아이들에 관심이 많다. 이병헌 같은 대스타에게 손 내미는 단체가 얼마나 많겠나, 고마울 따름이다."
-하지만 자선사업에 스타들을 불러 비난도 받았다."사진작가가 아이들만 등장시켜 사진을 찍으면 어색할 수 있다. 그래서 첫 회부터 권상우·인순이·정명훈 등 유명인사에게 도움을 구했다. '조세현이 인기스타와 아이들을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뒷이야기도 있었다. 그런 시선이 괴롭고 부담스러웠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좋은 일일수록 시간이 필요하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이제는 사람들이 진정성을 보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혹 배우가 '천사들의 편지'를 홍보적으로 이용한다고 해도 나로서는 '생큐'다. 아이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사진전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말인가. "1년에 8000~9000명의 아이들이 버림받는다. 그중 2000여명의 아이들만 국내외로 입양된다. 2010년까지 내가 찍은 아이들은 90%정도가 입양됐다. 나도 정확한 이유는 알지 못하지만 아마도 입양 전 건강상태를 파악하는데 사진을 찍었다는 것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스타는. "카라의 구하라·한승연은 촬영이 끝나도 갈 생각을 안했다. 매니저가 와서 빨리 가자고 독촉해도 안가더라. 한효주는 촬영 끝내고 문을 나서다가 아이가 우는 소리를 듣고는 다시 돌아와서 우유를 먹였다. 심성이 고운 배우라고 생각했다. 강부자는 눈물을 보이며 아이들에게 용돈까지 쥐어 줬다."
-입양된 아이를 만나러 외국에도 갔다 온다던데. "외국 사람들은 몸이 좋지 않은 아이를 입양하는 경우가 많다. 또 정성을 다해 키운다. 3년 전 미국에 가서 한국아이를 입양한 열세 가족을 만나고 왔다. 그 때 두 다리가 없는 아이가 미국 아이들과 즐겁게 축구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눈물을 쏟았다. '이게 바로 사랑이구나'라고 생각했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겠다. "아이들이 촬영 중에 스타의 몸에 대소변을 보기도 한다. 탤런트 김정은도 봉변(?)을 당했다. 하지만 인상 한 번 쓰지 않고 옷을 갈아입고 다시 촬영을 하더라. 천정명은 '애기 똥은 몸에도 좋다'며 웃더라. 비도 오줌 세례를 당했다."
-바람이 있다면. "한 아이라도 좋은 가정을 만나서 행복했으면 한다. 또 이런 전시회는 성공하면 안 된다. 빨리 망했으면 좋겠다. 입양되는 아이가 없어져야 한다는 말이다
엄동진 기자 [kjseven7@joongang.co.kr]
(사진=아이콘 스튜디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