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묘년 예언을 부탁하는 사람들이 많다. 매년 기계처럼 신년 운세를 예언했기 때문에 올해도 으레 예언할 줄 아는 모양이다. 하지만 올해는 되도록 예언을 삼갈 예정이다. 예언해봤자 '설경(舌耕)' 즉 혀로 농사짓는다고, 말로만 먹고사는 사람처럼 보이기 쉬우니 말이다.
주위에선 내가 예언을 안한다고 했더니 은근히 예언 좀 해달라며 조르기 일쑤다. 전화안부를 물으며 "내년에 전쟁까진 안나겠죠?"라고 떠보질 않나, 연하장에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해놓고는 '신묘년에는 코스피가 계속 오르면 좋겠어요'라고 하질 않나 왠지 내가 무슨 말을 해주길 기대하는 눈치다.
사실 예언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나라의 운이 회전하는 것을 찬찬히 살펴보면 미래의 운을 예측하는 것도 가능하다. 60년 전 경인년에 6.25전쟁이 발발하고 이듬해 신묘년에는 1.4후퇴가 있었다면 이를 현대 운에 대입해보면 대략 큰 운의 회전은 예상된다.
1950년처럼 2010년 경인년에는 한반도에 전운이 감돌았다.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사건은 전쟁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2011년 신묘년은 어떻게 될까. 1951년 신묘년에 중공군이 밀려와 한반도에 큰 위기가 닥쳤듯 2011년 신묘년에도 중국을 조심해야 한다.
특히 최근 중국과 북한과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 얼마 전 중국이 북한의 나진항 부두 4-6호를 50년간 개발하고 사용한다는 투자협약이 체결된 사실이 밝혀졌다. 게다가 이 협약서엔 지린성 취안허와 나진간의 고속도로, 철도를 건설하는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다. 위화도와 황금평 개발에 이어 북중간의 경제협력이 더욱 가속화됐다.
2011년 중국과 북한은 형제국으로 더욱 가까워질 것이다. 과연 이때 우리는 어떤 대비를 해야 할까. 많은 분들이 2011년 국운을 물어보며 '실제 전쟁은 나지 않을 것'이라고 스스로 위안을 많이 한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이리역 화약열차 폭발사고'가 떠오른다.
1977년 11월 11일 밤9시경, 이리역 일대는 아수라장이 되고 만다. 무시무시한 굉음과 함께 엄청난 폭발이 발생하며 이리시의 유리창은 전부 박살나고 매캐한 화약 냄새가 진동했다. 사람들은 피투성이가 된 채 가족들을 찾아 도시를 헤매고 다녔다. 다들 북한군 소행이라며 서둘러 피난길을 떠나는 사람들까지 있었다.
그러나 이 사건은 북한군 소행도, 테러범 소행도, 반정부파의 소행도 아니었다. 술에 취한 폭약호송원이 다이너마이트 상자 위에 촛불을 켜놓고 자는 바람에 발생한 어처구니없는 대형 참극이었다. 이 사고로 59명이 사망하고 실종 8명, 중경상자는 1350여명, 이리시내 9530여 가구가 파손하고 이재민은 1만 명이 넘었다고 한다.
현재 한국은 동북아의 화약고다. 그러나 우리는 이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연평도포격사건이 터지자 CNN등 전 세계 언론은 24시간 이를 방송했지만 정작 한국의 방송3사는 잠시 뉴스특보로 전했을 뿐 변함없이 정규프로그램을 송출했다. 이러다 제2의 이리역 폭발사고가 일어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현재 북한의 모든 시계는 2012년 김일성 탄생 100주년에 맞춰져 있다. 이를 위해 북한은 2011년 한해 김정은의 후계체제구축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한치 앞도 예측하기 힘든 일촉즉발의 상황. 신묘년에는 모든 예언을 삼간 채 조용히 기도만 올리고 싶다. (hooam.com/ 인터넷신문 whoi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