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걸그룹 VNT(유미·티나·릴제이 이상 19). 이력이 화려하다. 유명 프로듀서 김창환이 처음으로 키우는 걸그룹. 게다가 노래에선 둘째라면 서러운 실력파 김건모가 조력자다.
신승훈·김건모·클론·박미경·채연 등을 발굴한 김창환은 깜찍 발랄한 걸그룹 보다는, '무대에서 놀 줄 아는' 멤버를 골랐다. 세 멤버를 만난 것은 싸이월드 미니홈피. 김창환이 싸이홈피에 오디션 공지를 하고 지망생들이 동영상을 올려 놓았다. 괜찮은 유망주를 보면 쪽지를 보내 오프라인 오디션을 진행했다. 그 자리엔 김건모도 함께 했다.
"오디션에 갔는데 글쎄 김건모 삼촌이 앉아 있더라고요. 정말 신기했죠. 열심히 노래를 불렀는데 건모 삼촌이 '너 노래 잘한다'고 해주셔서 뛸듯이 기뻤어요. 멤버 전원이 건모 오빠가 데뷔한 1992년생이라 더 찰떡궁합인 것 같아요."
팀이름 VNT는 보이스 오브 나인티 투(Voice of Ninety Two)의 줄임말. 김건모는 연습·녹음 과정에서 제일 큰 조력자였다. "연습실에 가면 늘 김건모 선배님이 먼저 와서 노래를 하고 있거나 연습 중이셨어요. 우리에겐 산 교과서였죠. 그렇게 훌륭한 가수도 24시간 음악만 생각하는 걸 보니 게으름 피울 겨를이 없었죠."
멤버 티나는 가수가 되겠다며 잘다니던 인천국제고등학교도 1학년 때 자퇴했다. 중학교(인천 화도진중) 시절 전교 1등을 유지하던 우등생이었지만, '최고가 될 수 있는 걸 하겠다'며 과감히 학교를 그만두고 가수 데뷔를 준비했다. "부모님이 오디션 볼 때는 반대를 하셨죠. 공부도 중요하지만, 가장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건 노래라고 생각했어요. 지금도 그 결정에는 후회없죠. 부모님도 저를 믿고 맡겨주셨죠."
달달한 걸그룹의 노래를 기대했다면 VNT의 노래는 예상을 빗겨간다. 데뷔곡 '소리(예예예)'는 강렬한 팝댄스곡으로 힙합리듬에 R&B를 버무렸다. 활동 중인 걸그룹 가운데는 2NE1을 롤모델이자 경쟁자로 삼았다. "2NE1의 무대는 최고죠. 진정 무대에서 어떻게 놀고 즐겨야 하는지를 아는 그룹 같아요. 건모 삼촌이 늘 '노래방에 온 것 처럼 무대에서 편안하게 뛰고 즐기라'는 조언을 해줬거든요."
수많은 걸그룹이 활동 중이지만 당찬 VNT는 '실력'에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걸그룹'이라는 선입견에 가두지 말아주세요. 우리는 노래도, 퍼포먼스도 기존의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있습니다."
이경란 기자 [ran@joongang.co.kr]
사진=미디어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