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방시혁의 독설에 인터넷이 술렁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첫 방송한 MBC '스타오디션 위대한 탄생'(이하 위탄)에 심사위원으로 참여 중인 방시혁은 참가자의 외모와 패션 센스를 지적해 네티즌의 질타를 받고 있다. '노래보다 외모를 더 본다'는 게 비판의 이유다. 하지만 그의 지적에는 다 이유가 있다. "가요계는 노래 실력으로 점수를 매기는 올림픽이 아니다"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잘 하고 있다'는 식의 달콤한 말은 참가자에게 아무 도움도 안 된다"고 설명한다.
지난해 2AM의 '죽어도 못 보내', 옴므의 '밥만 잘 먹더라'를 작곡하며 최고의 한해를 보낸 그는 "내가 작곡한 노래에 감흥이 없었다. 작곡에 물이 올랐다는 표현은 나와 맞지 않다"고 자평했다. 그는 남에게 만큼이나 자신의 평가에도 인색한 독설가였다.
-'위탄'에서 독설가 캐릭터를 굳혔다."실감하고 있다. 한 번은 경기도 이천 휴게소에서 밥을 먹는데 너무 맛이 없어서 '요즘같은 경쟁시대에 이런 음식으로 어떻게 장사를 하냐'고 트위터에 글을 남겼더니 잠시 후 ''위탄'의 방시혁은 일상생활에서도 독설가'라고 기사가 뜨더라."
-연출인가 성격인가."방송국에서는 '아메리칸 아이돌'의 '독설가' 사이먼 캐릭터를 요구했다. 하지만 카메라 앞에서 성격을 꾸며내 연기할 자신이 없었다. 성격대로 솔직하게 방송하고 있다. 방송인이 아니라서 정제되지 않은 말들이 나오다보니 대중이 불쾌하게 느끼는 면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잘 하고 있다. 실력을 쌓으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는 달콤한 말은 참가자에게 아무 도움도 안 된다."
-인디 음악가를 폄하했다는 지적도 있었다."일본편에서 인디 래퍼 심사 후 그런 이야기가 나왔더라. 하지만 인디음악이 실력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인디와 메이저 음악이 교류가 없다보니 상업음악은 나쁜 것, 인기없는 인디음악은 실력있는 것이라는 편견이 있다. 그걸 이야기 한 것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왔다면 실력 때문에 비판받을 수 있다. 그 분은 음악 소비자로 나온 것이 아니라 생산자가 되겠다고 나왔다."
-외모지적은 왜 나왔나."싱어송 라이터는 온몸으로 이야기 해야 한다. 한국사회에서는 외모 이야기가 금기시돼 있지만 싱어송라이터는 캐릭터가 곧 음악이다. 1950년대 뉴올리언즈 재즈 시대에도 외모는 굉장히 중요했다. 또 외모 지적을 해서 내 심사가 공정하지 않다는데, 우리가 오디션에서 노래만 볼 것이라고 하지도 않았고 가요계가 노래실력으로 점수를 매기는 올림픽도 아니다."
-매고 나온 브로치도 온라인에서 화제다."브로치는 촬영 전날 직접 샀다. 내가 얼굴이 엄청나게 잘 생긴 사람이 아니라, 의상으로 나를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내가 나를 표현할 수 있어야 나지, 내 내면을 봐달라고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또 나를 보고 사람들이 '프로듀서가 좋은 직업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으면 했다. 그래야 음악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지 않겠나. 희화화됐어도 의도한대로 됐다. 나는 연예인도 아니고 방송인도 아니라 주목받기 힘든데 검색어 1등도 했다."
-2010년 2AM이 드디어 대박났다. "성공하기 힘든 아이들인데 해냈다. 실력파 그룹은 결국 성공한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성과다. 소녀시대와 대결구도를 가지고 가면서 댄스 이외의 음악에 관심을 갖게 한 것도 의미있다. 하지만 멤버들에게 '대한민국에서 1등으로 만들어 줄게'라고 약속했는데 1등은 아니고 1등군에 머문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도 있다."
-골든디스크서 대상받고 무슨 이야기를 했나."조권이 원래 감수성이 풍부한 친구여서 일이 있으면 제일 먼저 연락하는데 골든디스크서 대상 받고는 연락이 없었다. 기다리다 궁금해서 내가 전화를 했다. 조권이 울면서 '형 저 오늘 하루 종일 울었어요'라고 하더라."
-2011년 계획은."나에게 물이 올랐다는 표현을 쓰는데 사실 최근 내 노래에 감흥이 없다. 곡을 그만 쓴지도 꽤 됐다. 작가로서 새로운 세계를 열어야 할 시점이다. 그래서 두려움과 고민이 굉장히 큰 것도 사실이다. 2010년에는 음악적으로 평가할 만한 노래가 없었다. '밥만 잘 먹더라'도 주목할 노래는 아니다. 올해에는 여자 2AM이 나온다. 또 '밥만 잘 먹더라'의 2탄 격인 '밥을 못 먹는 이야기'를 쓰려고 준비중이다. 개인적으로는 댄스 음악이 너무 하고 싶다. 그래서 우리 회사 아닌 곡도 몇 곡 할 것 같다. 여름쯤에 춤을 잘추는 친구들의 쇼케이스도 기획중이다."
엄동진 기자 [kjseven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