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래 감독·주연의 '라스트 갓파더'가 개봉 후 7일간 137만 관객을 동원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하정우·김윤석 주연의 웰메이드 대작 '황해'나 차태현 주연의 휴먼 코미디 '헬로우 고스트'를 능가하고, 할리우드 인기 블록버스터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1'은 일찌감치 박스오피스 순위권에서 따돌렸다. 개봉 전 '디 워' 때의 논란을 상기하며 '혹시나' 하던 눈초리로 바라보던 관객들은 예상을 뛰어넘는 영화적 완성도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라스트 갓파더'가 '디 워'의 불신을 극복한 요인은 대략 3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드라마나 기술적인 부분에서의 약점을 최소화했다. '디 워'는 무려 842만명이나 끌어들인 흥행작이지만 사실 관객과 평단 사이에서는 취약한 드라마와 다소 거친 CG(컴퓨터 그래픽)가 문제로 지적됐다. 일부에선 개봉 3일만에 300만 관객이라는 신드롬같은 관람 열기를 지나친 애국심의 발로로 해석하며 영화적 완성도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라스트 갓파더'는 심형래 특유의 슬랩스틱 코미디에 가족적인 러브 스토리를 버무려 드라마 완성도를 높였다. 영구가 동료 조직원들과 벌이는 '변방의 북소리'식 몸 개그와 영구의 수줍은 러브 라인이 볼거리를 제공했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훨씬 업그레이드됐다. 메이저 스튜디오인 파라마운트의 세트장을 이용해 1951년 미국 뉴욕을 재현하거나 '덤 앤 더머'의 마크 얼윈이 촬영감독으로 참여한 것은 영화의 안정감에 크게 기여했다.
'디 워'에선 메가폰만 잡았던 심형래가 이번엔 연출에 주인공까지 맡은 점도 두드러진다. 원래 연출보다는 코미디 연기가 '전공'인 그는 오랫동안 가다듬은 코미디를 미국식으로 재해석했다. 2대8 가르마와 짧은 바지 패션, 유행어 "영구 없다"를 대신하는 영어 대사 "옥케이"(OK) 등은 쉬워보이지만 영구 캐릭터의 현지화 노력이 담겨있다.
여기에 언뜻언뜻 비치는 한국적인 색채는 눈썰미 좋은 관객들에게 보너스다.
걸그룹 원더걸스가 영구가 바에서 술마시는 장면에서 배경으로 등장하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 그러나 이 뿐만이 아니다. 영구가 자신을 싫어하는 조직의 2인자 토니 브이(마이클 리스폴리)를 목숨을 아끼지 않고 구해내자 토니 브이가 영구를 칭찬하는 대목에서 "영구가 추신수의 풀스윙으로 적들을 물리쳤다"고 하는 대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투자 및 배급을 맡은 CJ엔터테인먼트 측은 "'디 워'가 영화 외적인 요인으로 인해 예측을 할 수 없는 영화였다면 '라스트 갓파더'는 지금까지의 결과를 통해 초기의 우려는 떨쳤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앞으로의 관객 예측 시뮬레이션도 좋아서 이를 바탕으로한 미국 전역 개봉도 차질없이 진행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인구 기자 [clar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