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두리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쾌활하고 밝았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어두운 면도 있었다. 아버지의 명성과 주변의 기대에 대한 부담감 탓에 방황했다. 축구부를 떠나겠다고 연수관을 나간 적도 있다. 나는 운동하기 싫어 자기 발로 나간 선수는 절대 다시 팀에 들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때 두리의 심적 부담을 이해했기에 돌아오자마자 대학대회 준결승에 투입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보러 온 그 경기에서 두리가 골까지 넣으며 좋은 모습을 보였다. 생애 첫 A대표팀 태극마크를 달기 바로 전날이었다.
▶박경화 전 여자대표팀 감독(배재고 재학시절 은사)
어쩜 그렇게 아버지와 닮았는지 모른다. (박 감독은 차범근 감독이 국가대표로 활동할 당시 대표팀 코치와 선수사이였다.) 차범근과 차두리 모두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었던 이유로 성실함을 꼽고 싶다. 배재고 시절 훈련 시간에 늦거나 규정을 어긴 적이 없다. 배움에 대한 의지도 강해 다른 선수와 달리 학교 수업을 빼먹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영어공부는 특히 열심히 했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공부하는 운동선수. 두리가 바로 그랬다.
▶조윤원 (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과 99학번 동기)
1학년 때 고려대 응원단과 축구부 간의 정기 친선전이 있었다. 20점을 우리에게 주고 했는데 결국 20-22로 패했다. 당시 골키퍼가 두리였다. 한 골 먹어줄 법도 한데 막는 것도 잘하더라. 성격이 워낙 유쾌해 금방 친해졌다. 언론과 사이가 안 좋을 때도 있었지만 두리는 언론 쪽에 관심이 많아서 신방과에 진학했다고 했다. 다른 운동부 친구들과는 달리 수업에 참 열심히 참여했다. 요즘 기성용·손흥민같은 대표팀 후배들을 아끼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두리 역시 독일 진출 초기에 힘든 시기를 겪었다. 집에서 혼자 라면 끓여먹으며 외로운 시간을 보낸 경험이 있기에 후배들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것 같다.
2005년에 아디다스 축구화 출시행사에서 지단과 함께
▶이은석(아디다스 스포츠마케팅팀 차장)
일부 선수 중에는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와 실제 모습이 다른 경우가 있다. 차두리 선수는 그렇지 않다. 해맑은 이미지 그 모습 그대로였다. 매장에 와서 물건을 고를 때도 늘 밝은 표정으로 직원을 대한다. 사진 찍어달라거나 사인해달라는 직원·팬들의 요구에도 기분 좋게 응한다. 차두리는 아디다스 코리아가 아니라 아디다스 본사에서 축구 용품을 지원하는 경우가 있는 데 간혹 늦어져도 불만을 늘어놓는 적이 없다. 이번 아시안컵에서도 신형 축구화가 17일에야 도착했다. 미안할 때가 많다. 자신이 후원 받을 수 있는 부분 중 일부를 후배들이 받을 수 있도록 양보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Tip…차두리 말말말
“나도 이제 바레인인 친구가 생겼다. 이럴 땐 축구 하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차두리는 아시안컵에서 자신의 얼굴에 침을 뱉은 바레인 수비수 마주르카와 화해하고 어깨동무한 사진을 올렸다. 누리꾼들은 그를 대인배로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