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27일 프로축구연맹 회장으로 취임한다. 정 회장은 곽정환 전 회장의 사임과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이란 사상 초유의 진통 끝에 나온 대안이었다.
정몽규 명예회장은 K-리그 팀을 보유한 대기업 수장들과 친분이 두텁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최태원 SK 회장·허창수 GS 회장 등 K-리그 구단 오너와 타이틀 스폰서 등 K-리그 후원과 관련해 긴밀한 협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수장만 바뀌어서는 위기에 빠진 프로축구가 도약하기 어렵다. 뼈를 깎는 체질개선이 필요하다. 이사회 구조개혁이 우선이다. 프로연맹 이사회는 상주 상무를 제외한 15개 구단 사장 또는 단장으로 구성돼 있다. 프로축구의 현안은 많았지만 각 팀의 이해관계가 얽혀 개혁 논의는 번번이 물거품됐다. 목소리가 큰 일부 이사들이 이사회를 주도했고, 나머지 이사들은 주변에서 지켜보기만했다. 승리수당 폐지·이면계약 금지 등 이사회가 결정한 사안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새 회장이 부임해 리더십이 정립되고 개혁작업이 탄력을 받으려면 적절한 토양 마련이 절실하다. 프로축구 이사회는 사외이사제를 적극 도입해 폐쇄성을 극복해야 한다.
K-리그는 승강제 도입이란 중요한 과제를 안고 있다. 벌써 일부 시민 구단의 반발이 거세다. 승강제가 도입될 경우 하부리그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 이사회 체제로 갑론을박만 계속하다 시기를 놓칠 수 있다.
K-리그는 최근 몇 년 사이 위기를 절감했다. 프로야구가 예전의 인기를 회복해 위상을 강화하는 사이 프로축구는 제자리걸음만했다. 체질개선이 없다면 새 수장은 돈만 쓰고 제대로 뜻을 펼쳐보지도 못 한 채 욕만 먹고 자리를 뜰지도 모른다. 의욕적으로 일할 여건을 만들지 않으면 그 어떤 사람이 회장에 오더라도 K-리그의 개혁과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장치혁 기자 [jangt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