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엄지원이 KBS2 주말드라마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이하 ‘독수리 5형제’) 출연에 대한 뿌듯함을 드러냈다.
엄지원은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일간스포츠와 만나 “이번 드라마는 부모님이 회차마다 빠짐없이 보고, 재방송과 삼방까지 챙기셨다. 나를 ‘마 대표님’이라고 부르셨는데 많이 뿌듯했다”며 웃었다. 이어 “그동안 부모님이 좋아하실 만한 작품을 많이 하지 못했는데, 이번 작품은 오랜 배우 생활 끝에 딸이 드리는 선물 같은 기분이었다”고 덧붙였다.
‘독수리 5형제’는 오랜 전통의 양조장 독수리술도가 5형제와 맏형수의 이야기를 그린 가족 드라마로 4일 종영한다. 극중 엄지원은 남편과 결혼 10일 만에 사별한 뒤 양조장을 이끄는 맏형수 마광숙 역을 맡아 긍정 아이콘으로서 눈물과 웃음을 넘나드는 섬세한 감정 연기를 펼쳐 호평을 받았다.
드라마는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최고 시청률 21.9%(40회)를 기록하며, 방영 내내 20% 안팎의 안정적인 시청률을 유지했다. 전작 ‘다리미 패밀리’, ‘미녀와 순정남’ 등이 대부분 시청률 10%대에 머물렀던 성적과 비교되는 수치다. 당초 50부작으로 기획됐던 ‘독수리 5형제’는 시청자들의 호응에 힘입어 4회차가 연장됐다.
엄지원에게 이번 작품은 KBS2 주말드라마 첫 출연이라, 주요 시청층에게는 다소 낯선 얼굴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2002년 데뷔 이후 묵묵히 쌓아온 필모그래피와 검증된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극중 광숙은 지금까지 맡았던 캐릭터 중 가장 저와 닮았어요. 사랑스럽고 씩씩한 모습을 자연스럽게 그려낼 수 있었고, 그래서 더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처음부터 예쁜 얼굴보다 ‘내 옆에 있을 것 같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죠. 오랜만에 따뜻하고 편안한 작품이라 기분 좋게 임할 수 있었어요. 시청자들도 그런 점에 공감해 주신 것 같아 더 감사한 마음이에요.”
사진제공=바이포엠스튜디오
하지만 긴 호흡의 드라마는 체력적으로 쉽지 않았다. 그는 “전작들은 사전 제작이거나 대본이 거의 다 나온 상태에서 촬영을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50부작으로 기획된 작품이지만 8회차 정도만 나온 상태에서 시작했다. 그래서 체력 안배가 정말 중요했다”며 “실제 몸무게도 4~5kg이 빠졌다”고 했다.
“이렇게 긴 회차의 드라마는 처음이었어요. 주변에서는 ‘다른 출연자들과 분량이 나눠지니 괜찮을 거야’라고 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죠. 이러다 죽는 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힘들었지만, 무사히 끝냈어요.”
극중 로맨스를 함께한 배우 안재욱과의 호흡에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안재욱은 극중 LX호텔 회장 한동석 역을 맡았다. 엄지원은 “그동안은 여성 중심 서사를 많이 해서 로맨스 분량이 적었는데, 이번 작품은 내 필모그래피 중 로맨스가 가장 많은 작품이었다”고 설명했다.
“남녀가 감정을 주고받으며 만들어가는 신 자체가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안재욱 선배는 워낙 베테랑이고, 우리 커플이 사랑받을 수 있게 잘 이끌어주셨어요. 서로의 부족한 점을 먼저 바라보는 스타일이라, 더 좋은 장면을 만들기 위해 계속 대화하며 작업했죠. 이 작품을 통해 앞으로도 로맨스 연기를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올해 연말 진행되는 KBS 연기대상 시상식에 대한 기대도 살짝 내비쳤다. 그는 “상을 목표로 연기하지는 않았다. 다만 많은 분들이 작품을 좋아해 주셨다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면서도 “베스트 커플상은 받지 않을까 싶다. 사실 극중 모든 커플이 함께 받으면 더 좋겠다”고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