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호주얼리호가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됐다가 구출되기까지 벌어졌던 급박했던 상황들이 선원들의 진술로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석해균 선장(58) 뿐 아니라 선원들 전원이 똘똘 뭉쳐 삼호주얼리호가 해적의 본거지로 끌려가는 것을 막은 사연과 총알받이로 내몰렸던 위급했던 상황 등이 마치 한 편의 액션 영화를 보는 듯하다.
◆석 선장 '쪽지 지휘' 한국인 선원 7명은 최근 남해지방해양경찰청 수사본부에서 있었던 피해자 조사에서 피랍·구출 상황을 상세히 진술했다. 여기서 다시 한번 석 선장의 기지가 확인됐다. 특히 '쪽지 지휘'가 무사귀환의 수훈갑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석 선장은 모든 선원에게 '배가 소말리아로 가면 절대 안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배를 세우거나 운항을 지연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쪽지에 적어 기관실 근무자에게 몰래 전했다. ‘배를 세워라. 그것이 어려우면 배에 약하게 불을 질러라’‘엔진 피스톤을 뽑아라’ ‘전자키나 비상조타실을 고장 내라’ ‘발전기 배전반 회로 고장을 일으켜라’ 등을 쪽지나 책에 적어 지시한 것.
석 선장의 쪽지는 김두찬 갑판장(61)과 정상현 조리장(57)이 해적의 시선을 교란하고 1등 항해사와 1등 기관사에게 전달됐다. 김 갑판장은 화장실이나 탈의실에 가는 척하면서 선원들에게 석 선장의 지시사항을 전했다.
특히 그는 해적들이 몽골 배를 추가로 납치하려고 했을 때 해적들이 타고 왔던 배를 크레인으로 내려주면서 일부러 물이 들어오게 해 청해부대 특수전요원(UDT)들이 작전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줬다. 그만큼 해적들의 감시와 살해위협에 시달렸으며 1차 구출작전 뒤 폭행을 당해 앞니 3개가 부러졌다.
◆선원들 똘똘 뭉쳐 해적 방해 손재호(53) 1등 기관사가 배를 멈춘 것도 극적이었다. 손 기관사는 UDT대원들이 삼호주얼리호에 처음 진입해 해적들과 총격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목숨을 걸고 기관실로 달려가 엔진을 정지시켰다. 기관실에는 해적 3∼4명이 있었지만 이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엔진 스위치를 내렸다.
해적들에게 피랍되기 직전 선원들이 피난실로 대피했던 사실도 확인됐다. 지난달 15일 오전 7시45분께 선교에서 당직 근무를 서고 있던 이기용(46) 1등 항해사는 삼호주얼리호 중앙부분에 사다리를 놓고 배에 오르는 장면을 목격, 비상벨을 울렸고, 최진경(25) 3등 항해사가 '대피하라'는 선내 방송과 함께 VHF로 조난신호를 보냈다. 이에 한국인 선원 8명을 포함한 선원 21명이 피난실로 대피했으나 배를 수색하던 해적들이 이곳을 찾아내 해머로 문을 부수고 침입해 인질로 붙잡혔다.
해적들이 선원들을 총알받이로 세웠던 사실도 드러났다. 청해부대의 1차 구출작전 때는 물론이고 그 이전에도 해군 헬기의 공격에 대비해 선원들을 앞세웠던 것. 우리 해군의 2차 구출작전 때도 총알받이로 맨 앞에 세워졌던 정 조리장은 총에 맞아 쓰러져 있는 "석 선장을 구해야 한다"며 동료들을 독려, 해적에 대항했다.
이같은 삼호주얼리호 선원들의 필사적인 해적 대항기가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석해균 선장을 비롯해 모든 선원이 영웅이었다"며 "모두가 똘똘 뭉쳐 해군의 극적인 구출작전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게 아니겠느냐"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