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기야 소송으로 치달은 걸그룹 '카라 사태'가 터졌을 때 연예계는 크게 요동쳤다. 지난달 카라 3인(니콜·승연·지영)이 소속사 DSP미디어(이하 DSP)에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나서자 가요계를 비롯한 연예계는 카라 3인을 지지하는 쪽과 DSP를 옹호하는 쪽으로 갈렸다. 젊은제작자연대는 카라 3인의 주장을 지지했다. DSP가 불공정한 계약 아래 수익배분을 정확히 하지 않았다는 것에 공감했다. 반면 한국연예제작자협회·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등은 카라 3인의 경솔함을 지적했다. 핑클 등을 육성한 DSP의 경험과 노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는 쪽이었다. 갈등의 당사자는 물론 둘로 갈린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여러차례 설전이 오갔다. 하루에도 몇 번씩 보도자료와 인터뷰를 통해 여론을 뒤집었다.
이 와중에 '카라 사태'의 흐름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인물이 눈에 띄었다. 백댄서로 시작해 연예 매니저·음반기획자·영화 제작자로 잇따라 변신하며 국내 연예계의 리더그룹으로 떠오른 김광수(50) 코어콘텐츠미디어 대표였다. 조성모·SG워너비·티아라 등 수많은 스타들이 그의 손을 거쳤다. 드라마 '슬픈연가'와 '에덴의 동쪽'을 히트시켰고, 영화 '고사 1,2'와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 등을 제작했다. 업계에서는 이른바 '미다스의 손'으로 통하는 인물이다.
그는 DSP를 옹호하는 발언으로 화제를 모았다. 특히 "카라 3인이 이대로 탈퇴한다면 가요계에서 퇴출시켜야 한다"고 강경 발언을 서슴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취중토크는 이례적으로 배우·가수가 아닌 제작자를 인터뷰 테이블에 초청했다. 스타를 넘어서는 스타 제작자에게 지난 30년간의 연예계 비하인드 스토리를 부탁했다. 당장 터뜨리면 메가톤급 파장을 불러올 특종거리들이 수두룩했다.
▶취중토크, 조연에서 주연으로-취중토크 섭외만 도와주더니 드디어 주인공이 됐네요.작년에 티아라의 취중토크를 할 때도 그는 빠지지 않았다. 보통 담당 매니저들이 동석하는데 그는 직접 나섰다. 더구나 당시 눈 코 뜰새 없는 스케줄 때문에 티아라를 만나 취중토크를 시작한 시간이 오후 11시. 그는 2시간 전부터 기자와 만나 사전 준비를 하더니 나중에 자정이 넘도록 자리를 뜨지 않고 인터뷰를 도왔다.
"그러네요. 만날 조연이었는데 이젠 주인공이네. 좀 쑥스럽기도 하고… 그래서 회사 후배 매니저들 오라고 했어요. 오늘 술도 많이 마셔야할테니까. 혹시 쓰러지면 나좀 데려가달라고요."(웃음)
-요즘 술자리는 많나요."많았죠. 그러나 요즘엔 바쁘기도 하고 건강을 위해서 좀 줄였어요. 이렇게 작정하고 마시기는 오랜만이에요. 평소 1~2병 마시는데 오늘 얼마나 마셔야할까? 많이 마셔야 뭐 좀 쓸거리가 나올 거 아니에요?"(웃음)
코어콘텐츠미디어 사무실 인근의 한 일본식 주점에서 만났다. 먼저 가볍게 일본주를 한 병 시켰다. 섞어마실 각오를 해야했다.
▶카라 사태 왜 직접 나섰나?-이번 카라 사태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더군요."지금도 카라 멤버 5인이 뭉쳐서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어요. 그리고 DSP나 카라를 떠나 연예 매니지먼트 업계에 이런 식의 전례가 생기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굳이 나선 이유는 석연치 않은데요."뭐, 그렇게 말하면 티아라 일이나 잘하지 뭘 남의 일까지 걱정하냐고 하겠지만 오랫동안 연예계에 종사해온 사람으로 책임감을 느꼈어요. 그리고 좀더 솔직하게 말하면, 지금 병상에 계신 DSP의 이호연 대표는 존경하는 선배이고 또 제가 신세를 진 게 있기도 하죠. 그러나 이런 게 직접 나서게 된 근본 원인은 아니었어요."
-연예계 파워맨으로서 이번 사태의 해결책은 뭘까요."다시 말하지만 그들은 함께 해야 할 것 같아요. 국내 활동을 바탕으로 이제 겨우 일본 진출을 하는 참인데 이렇게 분열되어서는 곤란해요. 장기적으로 일본시장에도 부정적일 것 같아요."
▶백댄서 '짝꿍'으로 데뷔, 30년 경력의 미다스 손-처음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죠. 원래 백댄서였다고요."어떻게 알았어요.(웃음) 아는 사람은 알지만… 1981년에 KBS가 공개모집한 전속 무용단 '짝꿍' 1기로 데뷔했어요. 소방차의 정원관씨가 동기죠. 그후로 이제 30년이 됐네요."
-지금 몸매로 전혀 상상이 안가는데요."대학생 때였어요. 춤에 미쳐서 살았던 시절이에요. 평균 체중 53㎏을 넘어본 적이 없어요.(웃음)"
이 대목에서 동석했던 이요원·황정음 담당의 구본권 이사 매니저가 끼어들었다. "저는 5기로 지원했다가 탈락했어요. 중학생 때였는데 너무 어리다고 집에 가라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런데 또 어떻게 연예 매니지먼트에 입문하게 된건가요."'짝꿍' 활동을 1년쯤 하다가 군에 입대했어요. 이후로는 음반을 내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주변에서 우연히 '매니저 한번 해볼래'라고 권유받은 게 여기까지 오게 됐어요. 85년에 인순이의 현장 매니저로 일을 다시 시작했죠."
-그동안 거쳐간 스타들이 많죠."가수는 인순이부터 김완선·김민우·김종찬·윤상·조성모·SG워너비·이효리·티아라·다비치 등이 있고 연기자는 황신혜·이미연·전도연·고소영·황정음·송승헌·하석진 등이 있네요."
한데 모으면 그대로 가요제나 영화제를 해도 될만한 톱스타들이었다. 이름을 거론할 때마다 김광수 대표의 얼굴에 살짝살짝 추억이 스치는 듯했다. 순식간에 일본주 한 병을 비우고 맥주와 소주를 또 시켰다. 기호대로 적당히 섞어 마셨다.
김인구 기자 [clark@joongang.co.kr]
사진=양광삼 기자
2편에 계속>>
▶[취중토크] 김광수 대표, “카라 사태 직접 나선 이유는…”▶[취중토크 ②] 김광수 대표, “연예인이란 소모품과 같은 것”▶[취중토크 ③] 김광수 대표의 시사상식 퀴즈 “티아라가 몇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