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미디어데이에 큰 웃음을 선사한 '만담콤비'가 떴다.
현대 오일뱅크 2011 K-리그 미디어데이가 24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열렸다. 브라질에 선수를 찾아 떠난 신태용 성남 감독을 제외한 15개 구단 감독은 개막전에 대해 진지한 각오를 쏟아냈다.
그런데 최강희 전북 감독은 발언권을 얻자 대뜸 질문을 하겠다고 나섰다. 최 감독은 마이크를 잡더니 "지동원은 부상 맞습니까"라고 정해성 전남 감독에게 물었다. 지동원은 23일 무릎 부상을 당해 3주간 재활에 들어갔다. 정 감독은 당황하며 "안 그래도 나올 수 있는지 없는지 코치들과 상의했다. (전북과 개막전에) 나갈 수도 있고 못 뛸 수도 있다"고 즉답을 피했다.
최 감독은 "(정 감독이 일부러) 언론에 흘린 것 같다. 지동원이 나올 것이라 생각하고 개막전을 준비하겠다"고 응수했다. 최 감독은 "정 감독님은 내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선배님이다. 강하고 근성이 뛰어난 분이다"고 칭찬했다. 이어 "이를 까놓고 말하면 지랄 맞은 성격이다"며 "올 시즌 전남 선수들이 굉장히 많이 바뀔 것이다. 아무래도 긴장을 많이 하고 준비를 많이 해야겠다"고 말해 기자회견장을 웃음 바다로 만들었다.
정해성 감독도 기세 싸움에서 지지 않았다. 정 감독은 "나는 최강희 감독과 인연이 많다. 2007년 내가 제주에서 마지막 경기를 했다. 당시 전북이 이겼으면 플레이오프에 올라갈 수 있었다. 우리가 0-2로 지고 있다가 후반전에 2-2로 동점을 만든 기억이 있다"며 최 감독의 아픈 곳을 찔렀다. 최 감독 표정도 어두워졌다. 이어 "내가 다시 돌아오니 최 감독이 이끄는 전북과 개막전을 하게 됐다. 각별한 인연이다. 우리 사이가 더 돈독해지라고 이렇게 짜주신 것 같다"며 웃었다.
K-리그는 3월 5일 포항-성남 등 4경기를 시작으로 개막한다. 전북과 전남의 '호남 더비' 개막전은 3월 6일 전주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다.
김민규 기자 [gangaet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