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경희대학교 수원캠퍼스 체육대학원 2층. 윤경신의 모습은 한 눈에 띄었다. 다른 사람들보다 머리 두 개쯤 더 크기 때문이다. 지나가는 학생들이 그를 향해 꾸벅 인사를 했다. 눈에 존경의 눈빛이 가득 담겨 있었다.
윤경신은 "올해 박사과정을 시작했다. 오늘 새학기 시작이다. 떨린다"고 했다. 핸드볼 선수로 아직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그는 벌써 인생 2막을 준비중이다. -운동만 하다가 공부를 하니 힘든 점은 없나. "운동 선수라서 기초가 너무 없어 힘들었다. 올해부터는 강의도 하게 됐는데, 파워포인트 작성법 같은 것들을 알지 못했다. 지금이야 다 배웠지만, 기본 상식이 모자라 힘든 부분이 있다."
-'핸드볼 코트의 마이클 조던'이라는 별명도 있는데, 은퇴 후 조던처럼 골프 등 다른 스포츠에 도전할 생각은 없나.. "골프는 취미로 쳐 봤는데, 적성에 안 맞는다. 다른 스포츠를 접할 때마다 핸드볼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동계스포츠 중 스키나 스노보드는 거의 몸치 수준이다. 운동신경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더라."
-돈은 워낙 많이 벌어 돈 욕심은 없을 것 같다. "독일에서 뛴 13년간 수입을 합치면 50억 이상이다. 초봉은 1억 2000만원 가량 됐고, 연봉이 이후에도 꾸준히 3~4억 수준이었다. 여기에 광고·수당 등이 있었으니 수입은 남부럽지 않았다. 한국에 오면서 연봉은 1/4가량 깎였다. 요즘 '돈'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돈을 벌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잘 쓰기 위해 읽고 있다. 아내가 광저우에서 사업을 한다. 은퇴 후 도울 예정이다."
-올림픽만 5번 뛰었다. 친한 선수들도 많을 것 같다. "이용대(배드민턴)·이규혁(스피드스케이팅)·이운재(축구) 등과 친하다. 이규혁은 참 대단하다. 올림픽에서 여러번 메달 획득에 실패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고 기량을 계속 뽐낸다. 본받을 점이다. 이운재는 경희대 92학번 동창이다. 운재는 서울에서, 나는 수원에서 학교를 다녀 대학 때는 친하지 않았다. 석사 과정을 같이 밟으며 친해졌는데, 운재가 박사 과정에는 안들어왔다. 전남 드래곤즈로 이적했기 때문이다. 적응하면 술 한잔 해야겠다. 운재가 서울 원정 오면 응원해야겠다. 용대는 인성이 좋다. 생긴 것과 달리 순진하다. 올림픽 금메달을 따면 보통 나쁜 물이 들기도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전 내가 어깨를 다쳤을 때, 용대는 팔꿈치 수술을 해서 함께 재활하며 친해졌다."
Tip…윤경신 15문 15답
1.다시 태어난다면=교사를 하고싶다.
2.좋아하는 여자 연예인=김태희. 연기를 예쁘게 한다. 얼굴도 예쁘고.
3.윤경신에게 이운재란?=친한 친구/ 운동의 동반자
4.자주 연락하는 운동선수=윤경민. 동생이니까. ㅋㅋㅋ 또 핸드볼 김태환(충남체육회)
5.함께 뛰면 믿음직한 선수=박중규(두산)
6.애창곡=무조건
7.좋아하는 운동 선수는=농구 양동근. 후배인데, 참 야무지게 잘 한다. 친한 화가 함영훈 작가가 소개해줬다.
8.기억에 남는 팬=독일 팬이 생각난다. 내 키만한 전신 브로마이드를 직접 만들어줬다. 그간 찍은 나의 사진들을 몸에 다 붙여서. 독일에서 은퇴할 때 그 브로마이드를 받고 정말 찡했다.
9.휴대폰 바탕화면=화가 함영훈 형이 그려준 나. 3m, 1.5m 크기 작품으로 함영훈 작가의 양재동 작업실에 있다.
10. 좌우명='언제나 최선을 다 하자'
11. 가장 좋아하는 음식=회, 해산물.
12. 최근 읽은 책='돈.' 돈을 버는 데 관한 책이라기보다는, 돈을 어떻게 유용하게 쓰느냐에 관한 책이다. 운동선수들이 사기를 많이 당한다면서 지인이 선물해줬다
13. 최근 본 영화=극장에 안간다. 뒤에서 잘 안보인다는 얘기를 듣게 되니까.
14. 최근 즐겨보는 TV 프로그램=1박2일
15. 무인도에 떨어진다면 가져가고싶은 세 가지=보트, 컴퓨터, 음식
수원=온누리 기자 [nuri3@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2편에서 계속▶[프리즘 ①] 핸드볼의 ‘레전드’ 윤경신
▶[프리즘 ②] 웃겨주려 노력하는 남편 윤경신
▶[프리즘 ③] 유쾌·상쾌한 남자 윤경신
▶[프리즘 ④] 윤경신이 독일 떠나던날 무슨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