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가 보는 윤경신
조치효 인천도시개발공사 감독 처음 본 건 고려고 3학년인 경신이가 우리 한국체대와 연습 경기했을 때다. 키가 무척 큰 왼손잡이가 눈에 띄었다. 삐쩍 말랐지만 그 때부터 잘 했다. 그러다 1년 뒤인 1991년, 대표팀에서 다시 만났다. 최석재 현 대표팀 감독님과 세 명이 한방을 쓰게 됐는데 깔끔하지 못해 놀랐다. 청소를 잘 안 하고, 돌린 빨래를 하루 동안 세탁기에 묵힌 뒤에 널곤 했다. 최 감독님에게 정말 많이 혼났다. 그런 녀석이 자기 관리는 또 철저하게 하더라.(웃음) 같이 대표팀 생활을 오래한데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함께 뛰면서 정이 많이 들었다.
시즌 끝난 뒤 경신이가 가족 다 데리고 우리 집에 와 2박3일 머물다 간 게 기억에 남는다. 낮부터 술을 엄청나게 마시면서 날 샐 때까지 얘기하며 놀았다. 내장이 얼마나 긴지 취하지도 않더라. 연고지가 너무 멀어 경기 빼고는 만날 기회가 없었다. 가끔 통화해 안부를 묻는 정도였다. 경신이가 가장 아쉬워하는 건 올림픽 메달이다. 계속 8강에서 떨어져 미련이 남는 듯하다. 2012년 런던올림픽까지 선수로 뛰길 바라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강일구 인천도시개발공사 골키퍼같은 팀에서 뛴 적이 없어 해줄 얘기가 많지는 않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대표팀에서 인연을 맺었다. 난 막내였고, 경신이형은 중간 정도 위치였는데 워낙 세계적인 선수여서 부러워했던 기억이 난다. 운동 잘 하고 매너 좋고 보이지 않게 후배도 잘 챙기는 만점 선배다.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 내가 주장을 맡았는데 경신이 형이 조용히 부르더라. "다들 알아서 열심히 하겠지만 후배들 군 면제와 연금이 걸려 있으니 꼭 금메달 따자. 힘들겠지만 후배들 다독이면서 주장 역할 잘 해달라"고.
금메달 따고 한국 돌아와서 경신이형과 따로 만나 술 한잔 얻어먹었다. 너무 취해 기억도 잘 안난다.(웃음) 경신이형은 코트 안팎에서 모범이다. 아무한테나 전화 걸어도 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선수가 보는 윤경신
이용대 "광저우 아시안게임 전 재활을 하면서 친해졌다. 내가 마음에 부담이 많을 때였는데 굉장히 따뜻하게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처음에 '삼촌'이라고 불렀더니, '형'이라고 부르라고 하셨다. 함께 있으면 유쾌하고, 즐겁다. 그래도 ㅋㅋㅋ '형'은 어색해요.
이규혁나도 스피드 대표팀의 맏형, 경신이 형도 핸드볼 대표팀의 맏형이다. 둘 다 항상 '은퇴는 언제 하냐'는 질문을 받는 처지다. 형을 보면서 정말 많은 것을 느꼈다. 본받고 싶은 형이고, 의지가 되는 형이다.
수원=온누리 기자 [nuri3@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4편에서 계속▶[프리즘 ①] 핸드볼의 ‘레전드’ 윤경신
▶[프리즘 ②] 웃겨주려 노력하는 남편 윤경신
▶[프리즘 ③] 유쾌·상쾌한 남자 윤경신
▶[프리즘 ④] 윤경신이 독일 떠나던날 무슨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