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리에 종영한 SBS 드라마 '싸인'(극본 장항준·김은희, 연출 김형식)은 당초 박신양의 컴백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고액 출연료 논란'으로 잠시 활동을 주춤하다가 오랜만에 출연하는 것이어서 안팎의 관심이 컸다. 게다가 그동안 좀처럼 드라마에서 다루지 않았던 법의학을 소재로 해 호기심을 자아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의 법의관들을 중심으로 미국 CSI(과학수사대) 드라마 뺨치는 실감나는 스토리를 담아 눈길을 끌었다.
기대했던 대로 박신양은 흠잡을 데 없는 연기로 제몫을 했다. 천재 법의학자 윤지훈에 '빙의'돼 '살신성인'의 엔딩을 완성시켰다. 이런 박신양의 '포스'에 한 치도 뒤지지 않는 힘을 보여준 게 김아중(29)이었다. 열혈 신참 법의학자 고다경을 맡아 손색없는 존재감으로 빛났다. 그가 머리를 대충 묶고 다니는 헤어스타일이 일명 '거지컷'으로 유행할 정도로 팬들의 사랑과 박수를 받았다.
취중토크는 그래서 박신양보다 먼저 김아중에게 달려갔다. 그는 이미 30개가 넘는 인터뷰 요청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인터뷰 강행군으로 파김치가 되어버린 그와 함께 와인잔을 기울이며 편안한 대화를 나눴다. 코감기로 연신 콧물을 훌쩍거리면서도 한 눈 한번 팔지 않고 집중하는 모습에서 고다경같은 근성이 느껴졌다.
▶5일 밤샘 촬영하고 하루 동안 실신, 종영 파티도 놓쳐-혼자서 인터뷰는 다 하나봐요."그렇게 됐네요. 오늘 낮에 하루종일 인터뷰했는데 이렇게 4일은 해야된다고 하네요."(웃음)
-감기기운도 있어보여요."콧물이 좀 나오긴 해도 괜찮아요. 마지막 19, 20회 방송 전에는 꼬박 5일을 밤샘했는데요 뭘."
-진짜 한숨도 안 잤다고요."19회에 앞서 사흘, 20회에 앞서 이틀을 밤을 새워가며 찍었어요. 아시다시피 드라마 종반부로 가면 거의 생방송 수준으로 촬영을 하거든요. 이번엔 그 강도가 더 심했어요. 현장에서 '생방송 6시간 전 입니다. 5시간 전입니다' 그러는데 도저히 못 자겠더라고요."
-이제 후련하겠네요."시청률도 비교적 잘 나오고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다행이었죠. 또 좋은 선·후배, 동료 연기자를 많이 만날 수 있어서 좋았어요. 폴라로이드로 현장 기념 '셀카'(사진)를 많이 찍었어요."
-종영 파티는 미처 못 갔다고요."안타깝게도 그만 세상 모르고 자버렸어요. 5일 밤샘 중에 마지막 신을 찍고 나니 갑자기 긴장이 풀리면서 피로가 쏟아지더라고요. 그냥 촬영 끝난 그 참에 했으면 어떻게라도 참석했을텐데 다음날로 미루면서… 집에서 쓰러져 자고 일어나보니 하루가 지나 있더라고요."
▶박신양과의 애드리브 전쟁-박신양씨와의 호흡은 어땠나요."처음엔 걱정 많이 했는데 다행히 잘 적응한 것 같아요. 선배님이 연기하시는 모습을 보며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죠."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요."상황에 맞게 감정을 남김없이 드러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리고 적절하게 애드리브 하는 법을 알았다고나 할까요. 감독님이나 작가님이 긍정적으로 생각해주셔서 가능하기도 했지만 매회 애드리브 액션이나 대사가 있었어요. 또 트위터 하는 법도 배웠고요."(웃음)
-예를 들면."19회에서 만취한 윤지훈을 제 방 침대에 눕히고 바라보다가 옆에 같이 누워서 코를 살짝 건드리는 장면 같은 거죠. 원래는 '눕혀놓고 바라본다'까지였어요."(웃음)
-도중에 감독이 교체돼서 좀 어수선했겠어요.'싸인'은 본래 영화 '라이터를 켜라'(02)의 장항준 감독 연출로 출발했다. 그러나 중도에 장 감독이 연출에서 물러나고 김형식 PD가 이어받았다. 표면적으론 장 감독이 극본 집필에 합류해 완성도를 더욱 높인다는 취지였다.
"그런 건 못 느꼈어요. 특별히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요. 다만 아쉬운 건 김 PD님이 오시고 난 후 드라마 촬영 일정이 더 급박해져서 제대로 식사할 기회도 없었다는 거죠."
▶고교 때 음주 첫 경험, 빨대로 마셨다가 개고생김아중은 잔의 3분의 1쯤 차 있던 와인을 비웠다. 얼굴에는 이미 붉은 기운이 돌고 있었다.
-주량은 얼마나 되나요."주종과 상관없이 석 잔이요. 와인도 석 잔, 폭탄주도 석 잔이에요."
-많이 마시면 얼굴이 빨개지나봐요."예, 좀 그런 편이에요. 빨개져서 잘 못마셔요. 취하면 거의 쓰러질만큼 술에 약해요."
-처음 술을 배운 건 언제."고등학교 때요."(웃음)
-어떻게."고등학교 때 경주로 수학여행 가서 처음 마셔봤어요. 호기심에 친구 3~4명이서 함께 잘 알려진 C 브랜드의 청주와 오징어·과자 등을 사서 숙소에 몰래 갖고 들어갔어요. 그런데 잔이 없었던 게 문제였죠. 급한대로 빨대로 마셨다가 다음날 거의 실신했어요."(웃음)
김인구 기자 [clark@joongang.co.kr]
>>2편에 계속▶[취중토크 ①] ‘싸인’ 김아중 “세상 모르고 자다가 종영파티 못 갔죠”
▶[취중토크 ②] 김아중 “아버지가 방송국 간부? 말도 안 돼요”
▶[취중토크 ③] 김아중 시사상식 퀴즈, 대학원 올A 학점 실력은?
▶[취중토크 ④] 김아중의 가방 속엔 뭐가 들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