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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2익스트림팀 자누동벽원정대, 히말라야 자누 정복위해 출국
K2익스트림팀 자누동벽원정대(중앙일보·K2코리아 후원)가 네팔 칸첸중가 히말라야의 자누(Jannu·7710m) 정상 정복을 위해 21일 출국했다.
2009년부터 히말라야 7000m급 봉우리를 대상으로 알파인스타일 등반을 이어가고 있는 K2익스트림팀이 올해는 인도 신화에 등장하는 신 '브라흐마'의 저주를 받았다는 쿰바카르나(자누의 현지이름)를 깨우기 위해 네팔 카투만두로 떠난 것이다.
네팔에 도착한 원정대는 열흘 간 도보 카라반을 거친 뒤 4월 초 자누 동쪽 해발 4500m 지점에 베이스캠프를 구축한다. 이후 베이스캠프 근방 6000m급 산에서 고소 적응 훈련을 마친 다음 4월 말께 정상에 오를 계획이다.
알파인스타일이란 셰르파의 도움을 받지 않고 베이스캠프에서 정상까지 단번에 치고 올라가는 등반 방식이다. 중간 캠프와 고정로프를 설치하며 산을 포위하듯이 오르는 극지법과 비교해 등정 가능성이 낮다. 원정대의 등반 멤버는 김형일(42) 대장과 장지명(32) 대원 두 명 뿐이다. 히말라야 7000m급 산을 대상으로 한 이와 같은 도전은 한국 등반사상 최초의 시도다.
자누는 1980년대부터 세계적인 등반가에게 모험의 장이었다. 89년 자누 북벽을 단독 등반한 토모 체슨은 “자누 북벽을 오를 수 있다면 히말라야에서 불가능한 벽은 없다”고 말했다. 이후 세계 최고의 테크니션이라고 불리는 러시아팀이 2004·2007년 각각 북벽에 신루트를 냈다.
그러나 이번에 K2익스트림팀이 도전하는 자누 동벽은 등반 기록 자체가 없다. 슬로베니아팀이 6번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히말라얀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슬로베니아팀은 6번 모두 최종 등반 지점이 해발 6000m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자누원정대 역시 베이스캠프에서 벽이 시작되는 아이스폴 지대까지 4㎞ 거리에 관한 정보가 없다. 가서 봐야만 상태를 알 수 있다. 표고차 1100m 동벽은 훤히 드러나 등반선이 보이지만, 6000m 아래가 오히려 미지의 영역이다. 원정대는 미로처럼 얽힌 빙하 지대를 뚫고 벽에 접근해야 한다.
김 대장은 지난해 7월 파키스탄 가셔브룸5봉(7113m) 서벽에 도전했지만, 체력 저하로 정상을 500m(표고차) 못 미친 지점에서 하산했다. 당시 그는 “정상에 못 올랐다고 해서 실패한 것은 아니다. 내년에 더 큰 도전을 하겠다”며 눈물을 훔쳤다. 그리고 올 봄 자누 동벽을 선택한 것이다. 그는 “모든 것이 미지에 싸여 있기에 더 열정이 생긴다”며 음울한 산, 쿰바카르나에 경의를 표했다. 원정대 소식은 조인스엠에스엔(live.joinsmsn.com/special/k2)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