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1만명 조용한 도시. 경상북도 상주에 축구 열풍이 분다. 극장도, 백화점도 없는 시골마을에 축구 경기를 안내하는 깃발이 나부끼고 선수들을 따라다니는 소녀팬까지 생겼다. 5일 인천과 K-리그 홈 개막전에는 1만6400명 만원 관중 앞에서 2-0 완승을 거둬 상주 시민들에게 기쁨을 줬다. 개막 후 3경기에서 2승 1무를 기록,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상주 돌풍의 뒤편에는 성백영 상주 시장이 있다. 아낌없는 지원을 하며 선수단을 뒷바라지하고 있다. 군인 선수들의 연봉에 버금가는 승리 포상금(100만원)을 이길때 마다 내놓는다. 경기가 끝나면 보양식도 지원한다. 상주 상무 선수들은 "군인이 이렇게 잘 먹고 잘 벌어도 되는 건가"라며 멋쩍게 웃는다. 22일 상주시청에서 만난 성 시장은 "신분은 군인이지만 그라운드 위에서는 프로 선수다. 이제 상무에서 시간만 때우다 나가는 선수는 없을 것이다"며 넉넉하게 웃었다. -승리시 포상금이 100만원이다. 어떻게 그런 발상을 했나."이전까지 상무 선수들은 '다치지 않고 조용히 있다가 소속팀으로 돌아가자'라는 생각이 많았다. 내 생각은 달랐다. 그들은 군인이기 전에 프로 선수다. 프로 선수는 대가를 받고 그만큼의 활약을 펼치는 선수다. 많은 돈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선수들에게 동기 부여를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일반 군인의 1년 급여와 비슷한 수준이다. 게다가 비겨도 50만원을 준다. "처음에는 상무 측에서 형평성에 어긋나 절대 안 된다고 하더라. 계속 설득했다. 군 생활은 상무가 담당하지만, 경기력에 관련된 건 상주시가 책임진다고 말했다. 결국 상무가 수락했고 포상금 지급이 결정됐다. 적절한 포상금이라고 생각한다."
-이 정도 조건이면 기자도 뛰고 싶을 정도다."안 그래도 문의가 자주 온다. 구단에 일부 선수들이 '내가 상무에 가면 주전으로 뛸 수 있나'는 연락이 온단다. 그만큼 인지도가 높아졌다."
-상무가 오고 싶은 팀으로 변하는 건가."과거에는 축구 선수가 상무에 가는 건 선수 생활이 끝나는 거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아니다. 상무에 와서 국방의 의무도 마치고 실력을 키워 나가면 일석이조아닌가. 김정우도 상무에서 공격수로 변신해 더 잘하고 있다. 상무를 '꼭 가고 싶은 팀'으로 만들겠다."
-시즌 개막 전 열풍은 예상하지 못했다."다들 '촌 구석에서 뭐하는 짓이냐'고 비아냥거렸다. 하지만 나는 '축구 역사를 바꿀 것이다'고 했다. 자신이 있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지만 처음에 유치할 때 목표가 우승이었다(웃음). 초반이지만 잘하고 있어 뿌듯하다."
-안산·파주·안양 등을 제치고 상무를 유치했다. 비결이 뭔가."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유치를 준비했다. 다른 도시에서는 눈치를 봐가며 유치운동을 시작할 때, 나는 직접 상무를 찾아갔다. 상무를 1등 팀으로 만들겠으니 믿어달라고 했다. 처음에는 말도 안 된다고 하다가 계속 설득하니까 넘어왔다."
-원정 경기까지 따라와 상주 경기를 보고 있다. 그만큼 축구를 좋아하는가."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다. 젊었을 때 동네 축구 좀 했다(웃음). 공격수였다. 내가 가서 봐야 선수들이 더 열심히 뛰지 않겠나. 상주의 전 경기를 보는 게 올 시즌 개인적인 목표다."
-선수들과 관계가 좋아보이다. 비결이 뭔가."아버지같이 생각하라고 말한다. 장난도 치고 농담도 건넨다. 처음에는 굳어있다가 시간이 지나니 점차 풀리더라. 제주 전지훈련까지 찾아갔으니 선수들도 놀랐을 것이다. 가끔 따끔한 말도 한다. 훈련 때 '대충 뛸 거면 2군으로 내려가든지, 최전방 부대로 보내버리겠다'고 말했다. 물론 농담이었지만 선수들 표정이 굳더니 매우 열심히 뛰더라."
-연고지가 바뀌니 음식 메뉴가 달라졌다고 들었다."먹는 게 가장 중요한 직업인데 어떻게 소홀히 하겠는가. 홈 경기가 끝나면 꼬박꼬박 영양가 높은 음식을 먹일 생각이다. 그런 돈은 아깝지 않다. 얼마 전에는 닭과 뱀으로 만든 보양식도 먹였다. 선수들이 처음에는 당황해 하더니 잘 먹더라."
-상주시 이름도 많이 알려졌다."개막한 지 3주 만에 도시 브랜드가 높아졌다. 주변에서도 '축구팀 있는 도시'라며 알아봐 주신다. 곶감과 한우뿐이었던 시골에 스포츠 마케팅이라는 게 도입된 셈이다."
-올 시즌 목표는 뭔가."우승이다. 이수철 상주 감독이 팀을 잘 이끌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뒤에서 도우미 역할만 하면 된다. 특히 이기고 싶은 팀이 있다. 지난해 우승·준우승팀 서울과 제주는 꼭 꺾고 싶다."
상주=김환 기자 [hwan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