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컴백한 가수 양파(32·본명 이은진) 덕분에 가요계가 한층 풍성해졌다. 하루가 멀다고 아이돌 그룹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 데뷔 15년차 실력파 가수가 오랜만에 가요계로 돌아오자 대중들 뿐 만 아니라 후배 가수들도 반색을 표하고 있다.
소속사와의 전속 계약 문제 등 외부적인 환경으로 오랜 공백기를 보낸 그는 새 미니앨범 '엘레지 누보(Elegy Nouveau)'를 발매하자마자 '역시 양파다'라는 평을 받으며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다. 타이틀 곡 '아파 아이야'는 휘성이 작사를, 유명작곡가 김도훈이 멜로디를 붙인 노래. 여기에 양파 특유의 호소력 짙은 보이스가 더해져 대중들의 귀를 즐겁게 해주고 있다.
양파는 "과거 나를 좋아했던 사람들이 들을 수 있는 음악을 젊게 표현해보려고 노력했다. 오랜만에 나왔는데 아이돌 음악과 확연히 다른 뭔가를 보여줘야하지 않겠나"며 미소지었다.
-정말 오랜만이다."2007년에 활동하고 4년 만이다. 2007년 컴백했을 때는 7년 만에 앨범을 내는거였다. 20대 초반에 일을 못하다가 20대 후반에 앨범을 발매해서 정말 긴장을 많이 했었다. 가요시장 파악도 전혀 못한 상태에서 앨범을 내서 완전히 얼어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 4년 만에 컴백을 해도 그렇게 오래된 기분이 들지 않는다. 음악의 끈을 놓은 적은 한번도 없다. 꾸준히 가사도 쓰고, 음악 공부도 했다."
-그 동안 뭐했나."오타쿠(한 분야에 열중하는 마니아보다 더욱 심취해 있는 사람을 이르는 일본어)생활을 했다. 음악 작업을 하는데 빠져있었다. 남들과 똑같은 일상생활을 하면서 주로 집에서 지냈다. 집에 TV가 없다. SBS '시크릿 가든'도 다운받아서 봤다. 정말 재밌더라."
-마이티마우스의 상추는 트위터에 양파의 컴백을 반기는 글을 올렸더라."서로 모르는 사이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컴백하는 것을 좋아해주셔서 감사하다. 언제가 한번 만나면 인사해야겠다."
-상추 트위터에 댓글을 달아보는 건 어떨까."원래 내 성격이 숨어있는 스타일이다. 또 20대를 게으르게 살아서 컴맹이다. 하하. 트위터 계정만 만들었을 뿐 글을 올린 적도 없다. 지인들의 트위터를 찾아서 몰래 팔로잉만 했는데 어느새 내 트위터를 알고 찾아와서 맞팔(서로 팔로잉하는 것)을 했더라. 내 트위터를 찾아서 팔로잉을 한 팬들도 꽤 된다. 첫 멘션을 뭐라고 남길지 엄청 고민 중이다. 뭔가 멋있게보여야할텐데. 하하."
-이번 앨범은 과거 발표했던 음악과 분위기가 다르다."타이틀 곡 '아파 아이야'는 어렸을 때 내 취향인 록과 나의 운명적인 뽕 끼를 함축한 곡이다. 데뷔했을 때 가수 선배님들이 '너의 목소리에는 뽕 끼가 충만하다'고 말해주셨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정말 싫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한국적인 정서에 맞는 보이스를 가지고 있는 게 얼마나 큰 장점인지 알게됐다. 30대에 접어들면서 클래식한 음악이 좋아졌다. 음반 타이틀이 '엘레지 누보'인 것도 이미자·심수봉 등 엘레지 가수의 계보를 이어 지금 세대의 엘레지를 담당하겠다는 의미다. 앞으로 내 음악적 노선을 보여주는 단어다."
-김도훈 작곡가와의 호흡은 정규 5집에 이어 두번째다."도훈오빠는 가장 든든한 친구다. 음악적인 교류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파트너다. 가수에게 꼭 맞는 옷을 입혀주겠다는 세심함이 있는 분이다. 작업하면서 의견충돌이 있어서 싸우기도 많이 싸웠지만 결과물이 좋아서 만족한다. 하하."
-미국 버클리음대에서 공부를 했다."일단 학교를 자주 가지 않아서 뭐라고 설명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하하. 버클리음대에 진학했던 이유는 두 가지다. 첫번재는 어린 나이에 데뷔했을 때 선배 가수들이 '넌 가수가 천직이다'며 내 음악과 미래에 대해 논했다. 하지만 난 스스로 얻은 인기가 아닌 것 같다는 콤플렉스가 있었다. 그래서 음악에 대한 내 열정이 얼마나 큰지 확인하고 싶어서 돌연 가요계를 떠나 유학을 갔다. 또 다른 이유는 수능을 못봤는데 재수를 할 자신이 없어서다. 그때 마침 공짜로 버클리음대로 유학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그래서 냉큼 받아들였다. 하하. 그런데 아직 대학 졸업을 못해서 가방끈이 짧은 가수다."
-눈여겨본 후배가 있다면."빅뱅의 지드래곤은 능력자라고 생각한다. 빅뱅이 '거짓말'로 활동할 때 지드래곤에게 '어쩜 그렇게 곡을 잘쓰냐'고 말을 했더니 '더 잘하겠다'며 인사를 하더라. 지드래곤은 자신만의 스타일의 음악으로 대중성을 확보하는데 성공한 것 같다. 멋있고 부럽다."
-사랑은 언제할건가."연애도 언젠가 해야되지 않겠나. 사람을 구성하는데 있어서 여러가지 구성 요소가 있다면, 나는 사랑이라는 요소가 부족한 것 같다. 일단 연애를 자주 하지도 못했고, 하더라도 그 기간이 길지 않았다. 제일 오래 사귄 사람이 1년 반이다. 아직도 나의 연애는 퍼피러브(풋사랑)다."
-양파에게 음악이란."과거 소속사와 분쟁이 있었을 때 상처를 많이 받았다. 그래서 '음악을 하지 않았다면 평범하고 편하게 살았을텐데'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내 인생에 있어서 노래를 빼면 아무것도 남는 게 없을 것 같다. 음악의 가치가 내 전체를 집어 삼킬 정도로 강해졌다. 오랫동안 음악을 할거다. 음악은 쉽게 버릴 수 있는 그런 게 아니었다."
김연지 기자 [yj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