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듬어지지 않은 듯한 자연스러움으로 늘 관객을 놀라게 하는 배우 류승범(31)이 영화 '수상한 고객들'(메이스엔터테인먼트, 조진모 감독)로 또 한번 변신을 꾀했다.
전작 '부당거래'의 능청맞은 부조리 검사에 이어 이번엔 고객의 자살방조 혐의로 인생 최악의 위기에 몰린 보험 컨설턴트 역이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 전체 분량의 70~80%에 출연하며 극 전체를 지배했다. 지난 겨울 영하 20도 안팎의 혹한에서 비를 맞으며 생고생을 했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열린 기자 시사회에서 석연찮은 태도로 논란을 낳았다. 시사회 후 이어진 기자들의 질문에 "오늘 영화를 처음봐서 멍한 상태다. 나중에 개인 인터뷰에서 차근차근 말씀드리겠다"며 답변을 게을리한 것이다. 이를 두고 많은 억측이 불거졌다. 일부에선 영화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게 아닌가 하는 추측도 있었다.
인터뷰에선 당연히 이 부분에 대한 해명을 들어야 했다. 그리고 연예계 장수 커플로서의 결혼 계획, 때론 제 멋대로 인 것처럼 보이는 특유의 자유분방함에 대한 소신까지 확인했다. '수상한 고객들'은 14일 개봉한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시사회 땐 왜 그랬나."그 부분에 대해 말씀들을 많이 하신다. 솔직하게 말하면 정말 멍한 상태였다. 그날 영화를 처음 봤고 엔딩을 미처 보지 못한 상황에서 쏟아진 질문에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래서 그렇게 얘기했고 대신 나중에 생각을 정리해서 성심성의껏 답변 드리겠다고 했다. 다만 내 태도가 때와 장소에 어울리지 않았다면 겸허하게 비판을 받아들이겠다."
-그럼 이제 정리가 좀 된 건가."영화는 매번 찍고 나면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영화도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었다. 그리고 영화를 하면 할수록 제가 출연한 영화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를 한다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다. 관객의 입장에서 영화를 볼 때의 기준과 배우로서의 기준 차이 때문인 듯 하다."
-극중에선 보험왕인데 정작 보험은 자동차 보험 하나라던데."맞다. 그거 하나 들었다. 워낙 재테크 뭐 이런 거에 관심이 없다. 인생관이 미래에 대해 크게 고민하고 준비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아직도 질풍노도의 시기에 살고 있나 보다."
-그러나 집도 장만하고 저축도 많이 하지 않았나."집은 평소 어머니처럼 저를 아껴주시는 분의 권유로 장만한 것이다. 혼자 대충대충 사는 게 보기 안쓰러웠나 보다. 몇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은행 대출금 갚고 있다. 저축은 직접 은행 다니면서 한다. 집 근처 주거래은행에 자주 간다."
-자, 이제 공효진과 교제한 지도 꽤 됐다. 도대체 결혼은 언제쯤이 될까."지금으로선 아직 모르겠다. 나처럼 예민하고 무엇도 아닌 사람 곁에 계속 있어주는 게 고맙다. 감성적이고 즉흥적인 나에 비해서 매우 이성적인 사람이기도 하다. 절대 혼자서는 못 살 것 같다. 때가 되면 하지 않겠나?"
-다른 인터뷰에 봤더니 난독증이 있다던데."병원에 가볼 정도는 아니지만 남들보다 읽기 능력이 떨어진다. 책을 읽으면 글자가 뒤집어지고 줄을 혼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2~3시간이면 다 읽을 책을 4~5일씩 집중하기도 한다."
-그럼 시나리오는 어떻게 보나."그렇다고 뭐 글을 못 읽는 건 아니니까. 좀 시간이 걸리더라도 차분하게 읽는다. 대신 독서에 집중할 주변 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 할리우드의 톰 크루즈도 난독증이 있다고 그러더라. 옆에서 누가 책을 읽어줘야 할 정도라고 하던데 전 그 정도로 심각한 건 아니다."(웃음)
-본인의 외모에 대해 평가한다면."제 외모에 대해서 콤플렉스를 가진 적은 없다. 잘 생기고 못 생긴 걸 떠나서 배우에겐 배우같은 얼굴이 있다고 생각한다. 브래드 피트나 디캐프리오를 이제 잘 생기기만 한 배우로 생각하는 팬들은 드물지 않을까?"
-좋은 배우란 어떤 배우일까."저로서도 그건 숙제다. 거창한 목표는 없지만 그냥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좋은 배우가 되어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인생을 차분하고 진지하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기도 하다. 예전에는 남 탓도 했으나 이젠 모든 문제는 나에게 있다는 생각이다."
김인구 기자 [clark@joongang.co.kr]
사진=이호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