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KCC와 원주 동부의 맞대결로 압축된 올 시즌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16일부터)은 '중앙대 시리즈'다. 양 감독부터 선수까지 중앙대 출신이 즐비하다. 심지어 양팀 매니저까지도 중앙대 농구부 출신이다. 80년대 중반 허재 KCC 감독과 강동희 동부 감독을 키워낸 정봉섭 전 중앙대 감독(현 일본 여자농구팀 샹송화장품 감독)은 옛 제자에게 전화를 걸어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 너희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1974년부터 1992년까지 중앙대 농구부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중앙대 전성기 이끈 양 감독
허재와 강동희는 1986년 각각 중앙대 3학년과 1학년으로 만나 곧바로 사고를 쳤다. 대학팀으로는 처음으로 1986~1987 시즌 농구대잔치 준우승을 차지했다. 허재보다 1년 선배인 김유택(전 대구 오리온스 코치)까지 더해져 중앙대 농구팀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허 감독은 "(강)동희는 1학년 때부터 몸이 빠르고 손 기술이 좋아 선배들과 호흡이 잘 맞았다. 대학에서는 중앙대의 적수가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들과 함께 뛰지는 않았지만 김영만·이세범 동부 코치, 김상영 동부 매니저, 송원진 KCC 매니저도 중앙대를 거쳤다.
◇김태환 전 중앙대 감독의 아이들
임재현(KCC)·박지현·김주성·황진원(이상 동부)는 중앙대의 두 번째 전성기를 만든 주역이다. 김태환 감독(현 OBS 해설위원) 밑에서 나가는 대회마다 우승을 했다. 1998년 농구대잔치 우승, 1999년 MBC배 전국대학농구 대회 우승 등 대학 무대를 평정했다. 김태환 해설위원은 "대회에 나가기만 하면 우승이었다. 선수들 성품도 뛰어나 똘똘 뭉쳐서 재밌게 농구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임재현과 박지현은 조용하고 착했다. 김주성은 영리한 플레이로 팀에 중심이었다. 황진원은 밝고 활달했다"고 덧붙였다.
◇52연승의 주역
강병현(KCC)·윤호영·안재욱(이상 동부)은 중앙대의 52연승(2006년 11월 7일~2008년 11월 20일) 신기록의 주축 멤버다. 특히 강병현과 윤호영은 04학번 동기로 팀의 중심이었다. 당시에는 각각 슈팅가드와 파워포워드로 활약했다. 그래서 연습 때도 서로 수비할 일이 드물었다. 하지만 챔프전에는 맞대결이 불가피하다. 윤호영이 포지션을 스몰포워드로 옮겨서 마주치는 빈도가 늘었다. 허 감독은 "윤호영을 막기 위해 강병현과 추승균을 번갈아가며 기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병현은 "대학 때 포지션이 달라 연습 때도 막을 일이 없었다. (윤)호영이를 수비하게 될 줄은 꿈에서 생각 못했다. 키도 나보다 크고 발도 빨라 수비하기에 부담이 된다"고 털어놨다.
김환 기자 [hwan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