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들의 방망이가 깨어난다.
시즌 초반 무기력증에 빠졌던 롯데 타선이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지난 주말 선두 SK와의 홈 2연전이 분위기 전환의 계기가 됐다.
롯데는 지난해 팀 타율(0.288)과 홈런(185개)에서 1위에 오르며 막강 화력을 과시했다. 올 시즌에도 2010년 타격 7관왕 이대호와 홍성흔·강민호·조성환 등 주축 타자들이 건재해 8개 구단 중 최강 공격력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막상 시즌이 개막되자 타선 전체가 뜻밖의 슬럼프에 빠져 버렸다. 25일 현재 팀 타율 0.238, 홈런 8개로 두 부문 모두 7위에 머물고 있다.
양승호 롯데 감독은 타선 부진의 원인이 타자들의 지나친 부담감에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 주중 한화와의 경기 때 선수들에게 "너무 잘 해야 한다는 부담을 버리고 편하고 즐겁게 경기에 임하자"고 강조했다. 선수들도 지난 주말 이대호 등 주축 선수들이 머리를 짧게 자르고 야수 전원이 '농군 패션'으로 경기에 나서는 등 새로운 각오로 단합된 모습을 보여줬다.
변화의 조짐은 바로 나타났다. 23일 SK전에서 롯데는 9회 말 1-4, 연장 10회 말 4-6의 열세를 딛고 짜릿한 끝내기 역전승을 일궈냈다. 올 시즌 들어 가장 많은 15개의 안타를 때렸고 강민호는 9회 솔로포를 날려 팀의 9경기 연속 무홈런 행진을 끝냈다.
7-9로 패한 24일 경기에서도 롯데 타자들은 SK의 막강 불펜투수진을 막판까지 괴롭혔다. 무엇보다 반가운 일은 이대호의 홈런포 부활이었다. 그는 이날 7회 정우람, 9회 이승호에게서 연타석 투런 아치를 그려냈다. 지난 2~3일 한화와의 개막 2연전에서 이틀 연속 홈런을 날린 뒤 무려 16경기 만에 터진 대포였다. 시즌 4호로 홈런 순위에서도 단숨에 공동 선두로 도약했다. 이대호는 경기 뒤 "팀이 져서 아쉽지만 오늘 경기를 통해 타격감은 잡았다"고 말했다.
롯데는 이날 총 12개의 안타를 때려 올 들어 처음으로 2경기 연속 두 자릿수 안타를 기록했다. 황재균은 주말 2경기에서 5안타·3타점을 쓸어담았고 홍성흔도 시즌 첫 한 경기 2타점을 올리며 컨디션 회복을 알렸다. 양승호 감독은 24일 경기 후 "어제(23일)에 이어 팀 공격력이 살아나 고무적이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신화섭 기자 [evermyt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