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선수들 눈에서 레이저가 나온답디다."
박경훈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이 30일 FC 서울과 K-리그 8라운드 원정경기를 앞두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황보관 감독이 사퇴한 FC 서울은 비상시국이다. 최용수 코치가 감독대행이 돼 '필승'을 외치고 있다. 그 첫 상대가 제주가 됐다.
두 팀은 인연이 깊다. 제주는 지난 해 K-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FC 서울에 1무 1패로 우승을 내줬다. 경기 내용은 제주가 좋았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든 양팀 대결의 승자는 서울이었다. 지난해 제주는 서울을 한 번도 이기지 못 했다. 리그와 컵대회에서 1무 2패를 기록했다. 제주는 지난해 컵대회 포함해 6번을 졌다. 그 중 3번이 서울에 당한 패배다.
박경훈 감독은 "이번에 반드시 설욕하고 싶다. 선수들에게 서울과 경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서울 감독이 바뀌고 말았다. 아무래도 서울과는 사연이 많은 운명인가 보다. 우리 팀 선수들이 FC 서울에 있는 친구들과 연락을 하더니 ‘서울 선수들, 지금 눈에서 레이저가 나온다’는 말을 전하더라"며 웃었다.
두 팀은 여러 가지로 비교된다. 황보관 감독은 부임 4달도 안 돼 사임하며 K-리그 최단기 감독이 됐다. 반면 제주는 계약기간이 1년 남은 박경훈 감독과 추가로 4년간 계약을 연장했다. 역대 최장기간 임기보장 기록이다.
지난 해 1·2위를 다툰 두 팀의 성적도 비교된다. 제주는 올 시즌 3승 3무 1패로 K-리그 6위에 올라 있다. 하지만 처음 출전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는 2승 2패로 3위에 처져 있다. 2위까지 주어지는 16강 진출 티켓을 따내기가 만만찮다. 게다가 서울과 경기 후 곧바로 톈진과 경기를 위해 중국으로 원정을 떠나야 한다.
반면 FC 서울은 2승 1무 1패로 2위를 지키고 있다. 1위 나고야와 승점이 같고 3위 알 아인(UAE)과는 승점 3점차로 여유가 있다. 하지만 K-리그에서는 1승 3무 3패로 14위다. 서로 성적을 바꾸고 싶은 처지다.
제주에는 FC 서울 출신이 많다. 스트라이커 김은중과 왼발킥이 무서운 이상협, 그리고 골키퍼 김호준이 서울의 골문을 노린다. 모두 서울에서 쫓겨나듯 나왔다. 박경훈 감독은 "다른 팀에는 친정팀 상대로 골을 잘 넣는 선수도 많던데, 우리는 그렇지 못 하다. 하지만 아직 골이 터지지 않는 김은중이 이 번에는 일을 치를 것 같다. 컨디션이 좋다"고 기대를 걸고 있다.
최용수 FC 서울 감독 대행에겐 사령탑으로서 데뷔전이다. 그는 "선수들이 자신감을 찾고 있다. 주말 제주와 경기에서 절대 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벼르고 있다.
장치혁 기자 [jangt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