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메느님과 개느님이 LG를 살려주셨네요."
LG 팬들이 모이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말이다. 알듯 모를듯 하다. 메느님은 중심 타자 박용택(32), 개느님은 신예 에이스 박현준(25)을 가리키는 말이다.
박용택은 2005년 서울시 지하철공사가 선정한 '서울 지하철 홍보대사'로 위촉된 뒤 '메트로'라는 별명을 얻었다. 최근 박용택이 물오른 타격감을 자랑하며 연일 LG 승리를 이끌자, 팬들은 '메트로'와 '하느님'을 합성해 '메느님'이라는 새 애칭을 지어줬다.
'개느님'의 어원도 비슷하다. 박현준의 별명은 '개장수'다. 초등학교 시절, 야구 방망이가 가지고 싶어 집에서 기르던 강아지를 야구 코치에게 건넸다는 일화가 퍼지면서 얻은 별칭이다. 최근 박현준이 5승을 거두며 승승장구하자 LG 팬들은 박현준에게도 개장수와 하느님을 더해 '개느님'이라는 호칭을 붙여줬다.
그간 LG 에이스로 군림했던 봉중근이나 '미친 타격감'을 자랑했던 이병규도 이런 최상의 별명 대우는 받지 못했다. LG 팬들은 2008년 5월부터 약 1년 6개월간 타율 0.338, 홈런 33개를 기록한 외국인 타자 페타지니에게 '페느님'이라는 별명을 선사했다. 페타지니가 일본 프로야구로 건너간 뒤 박용택과 박현준이 투타에서 맹활약을 하며 그의 뒤를 잇고 있는 셈이다.
이름 뒤에 '~느님'을 붙여 활약을 인정하는 것은 일본 프로야구 사상 최고의 우완투수로 평가받는 이나오 가즈히사에서 유래됐다는 설도 있다. 이나오는 일본 프로야구 2년차 때 일본 최고 연승 기록인 20연승을 올리며 35승을 올렸고, 이후 6시즌 내내 20승 이상을 기록했던 스타다. 한 남자 팬이 그의 앞에서 시멘트 바닥에 꿇어 앉아 합장을 하고 "하느님! 부처님! 이나오님!"이라고 울부짖었던 일화가 전설처럼 내려온다.
훈훈한 분위기는 다른 선수들의 별명 전염으로 이어진다. 10일 만루홈런을 쳐 한화전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한 박경수의 별명은 '수비 요정'이다. 2루수와 유격수를 오가며 수비에서 전천후 활약을 하고 있는 그를 칭찬하는 애칭이다.
외모를 기반으로 한 별명도 많다. LG 불펜 이상열(34)의 별명은 '꽃거지'다. 넥센에서 이적해 와 덥수룩한 머리와 마른몸으로 쏠쏠한 활약을 해 준다는 평가다. 심수창(30)은 송승헌을 닮아 '심승헌', 해병대 출신 윤상균은 해병대 스타일의 머리모양을 고수해 '윤해병', '윤마린'으로 불린다.
온누리 기자 [nuri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