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한라마의 탄생
2.전천후말 한라마
3.한라마의 경제성 4.엘리트 승마와 접목
5. 한라마의 미래 발전가치
한라마의 현실적인 강점은 경제성이다. 국내 어떤 말 품종도 경제성 면에서는 한라마를 능가할 수 없다.
승용마의 대표 격인 웜블러드는 높은 가격과 유럽산이라는 한계를 넘어설 수 없다. 최적화된 경주마 서러브렛도 경주로를 벗어나는 순간 가치는 급락한다. 한국 고유 품종으로 평가 받아 천연기념물이 된 제주마(조랑말)는 경제성을 거론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승용마로 쓰기에는 너무 작고 주로를 잘 달릴 수 있는 능력도 없다. 반면 한라마는 상대적으로 싼 가격·저렴한 관리비·다양한 사용처 등 3박자의 경제성을 갖추고 있다.
▲승마장 경영 혁신 일으킬 품종 국내 승마장은 현재 330여개(2010년 KRA한국마사회 통계)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승마장의 경영 상태는 좋지 않다. 아직 승마 인구가 크게 늘어나지 않은 것이 주된 이유다. 그러나 이들의 경영수지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현재 내륙 승마장(제주도를 뺀 지역)에서 사용되고 있는 말은 대부분 승마용 웜블러드와 경주마에서 퇴역한 서러브렛이 80%를 넘고 있다. 이 말들은 큰 약점을 지니고 있다.
웜블러드의 경우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든다. 수천만원부터 억대를 넘는 말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서러브렛은 구입 후 곧바로 승용마로 사용할 수 없다. 가격은 600만원대로 비교적 저렴하지만 주로를 달리던 야성이 남아 있기 때문에 바로 승용마로 전향하기 어렵다. 일정기간 승용마로 전환 시킬 수 있는 노력(순치과정)이 필요하다. 또 상당한 훈련기간을 거쳐도 승용마로 완벽하게 탈바꿈한다는 보장도 없다. 2010년 승용마로 전환된 서울경마공원의 경주마 ‘명문가문’은 1년도 되지 않아 산통으로 사망했다. 지구력 대회를 목표로 훈련했으나 단 한번도 대회에 참가하지 못한 채 생을 마감했다.
한라마의 강점은 초기 투자비부터 운영비까지 가격 경쟁력을 갖고 있다. 한라마의 현재 가격은 최소 240만원이며 평균 500만원 정도다. 운영비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저렴하다. 먹는 양도 웜블러드나 서러브렛의 30% 수준이어서 사료비 부담이 적지만 힘은 넘친다. 말에게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장제비용도 들지 않는다. 한라마는 제주마의 특징인 좁고 강한 발굽을 가지고 있어 편자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또 힘이 좋고 잘 다치지 않는 것도 강점이다. 웜블러드와 서러브렛은 허약한 다리를 가지고 있지만 한라마는 튼튼한 다리를 가지고 있다. 잔병에 시달리지도 않는다. 모마인 제주마로 부터 받은 유전적인 강건함과 완벽한 환경 적응 덕분에 잘 다치지도 않는다.
이종형 감독은 "승마장 입장에서는 유지비가 조금 드는 한라마는 충분히 매력이 있다"며 "한라마도 잘 다듬고 보살피면 웜블러드나 서러브렛 처럼 아름다운 외관을 가질 수 있다. 한라마에 대한 편견을 빨리 버릴수록 국내 승마의 발전 여력은 높을 것이다"고 말했다.
▲필요에 따라 변신 현재 대다수 한라마는 경주마로 육성된다. 생후 23~30개월 사이에 제주경마공원의 경주마로 데뷔한다. 다만 지면에서부터 등성마루(등과 목이 연결되는 부분)까지의 높이가 137㎝ 이하여야 경주마로 뛸 수 있다. 2010년 한해동안 제주경마공원에서 경주마로 뛴 한라마는 808마리며 총 91억1945만원의 상금을 벌었다.
경주마로 활동 중이라도 키가 137㎝가 넘으면 어떤 말이든지 주로에서 퇴출된다. 주로에서 퇴출되면 한라마의 운명은 바뀐다. 성질이 온순하면 승용마로 육성된다. 수말의 경우 10~20%가 승용마로 전환되고 암말은 70%가 번식마로 활용된다. 물론 번식마로 활용되면서 제주도 특유의 체험승마용 말로 사용될 수 있다. 한라마 암말은 번식마와 함께 승용마로 사용돼 1석 2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승용마로 전환되는 말들은 따로 순치가 필요하지 않다. 이미 경주마로 사용되면서 기본적인 순치가 돼 있고 사람을 태울 수 있는 말이 됐기 때문이다. 덩치가 작은 한라마는 덩치가 큰 웜블러드 서러브렛에 비해 단기간에 승용마 순치가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각 단계별(출생→경주마→승용마)로 경주마 승용마로 변신하지 못하는 문제 말들은 육용으로 사용된다. 한라마는 5~6세 이전에 도축하면 충분히 상품성을 유지 할 수 있다.
▲지구력 인정받으면 대박 한라마가 지구력 말로 성공할 경우에는 고수익이 가능하다. 한라마는 지구력대회용 말로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제주마로부터 받은 끈기 지칠 줄 모르는 지구력이 서러브렛과 교배되면서 극대화된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제주마는 초원을 누비던 몽골말의 유전자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 칭기즈칸은 3000~4000㎞의 원정에 몽골말만 사용했다.
현재 지구력대회용 말로 가장 높은 가능성을 인정받는 말은 중동산 말이다. 몽골에 대패했던 사라센제국은 군마로 동원됐던 말의 능력이 몽골말에 비해 떨어진 것이 패배의 주된 원인이라고 판단, 오래동안 멀리 달릴 수 있는 말을 육성한 결실이다.
한라마는 100㎞에서는 이미 검증을 받았다. 100마일(160㎞) 경주에서도 성과를 올릴 수 있다면 말 값은 최대 5000배 이상 껑충 뛰어오를 수 있다. 현재 중동의 부호들이 사용하고 있는 지구력대회용 말은 100억원을 호가하고 있다.
남병곤 제주경마공원본부장은 "한라마를 160㎞ 지구력대회용 말로 성공시킬 수 있다면 한국의 승마와 말산업은 크게 성장할 수 있다. 일약 세계가 인정하는 말 생산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또 한라마가 성공하면 승마 장애물과 마장마술을 발전시키는 견인효과를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채준 기자 [doori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