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단 이름짓기는 프로 원년인 1982년부터 큰 숙제이자 이슈였다. 미국과 일본의 영향을 받아 초창기엔 사자·호랑이 등 맹수들이 인기를 끌었다. 프로야구에 동물들이 넘쳐나자 의인화한 캐릭터가 등장하기도 했고, 전설속 동물이 이미지화 되기도 했다.
맹수는 강팀, 약한 팀은? 초창기에는 강한 이미지를 주면서도 팬들이 쉽게 기억할 수 있는 맹수들이 애용됐다. 창단 이후 한 번도 팀명이 바뀌지 않은 삼성 라이온즈가 대표적이다. 해태도 KIA로 인수됐지만 타이거즈 이름을 지켰다. 창단 당시 주력 상품인 OB 맥주를 팀명으로 쓴 두산도 동물인 곰(베어스)을 선택했다. 1987년 출범한 한화(전신 빙그레)는 하늘의 왕인 독수리를 골랐다.
온순한 동물을 쓴 팀들은 공교롭게 한 번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1985년 시즌 도중 삼미를 인수한 청보는 야생마의 일종인 핀토스를 팀명으로 사용했다. 당시 승마협회장이었던 구단주 김정우 회장이 직접 고른 이름. 청보 핀토스는 맹수들 틈바구니에서 시달리다 1987년 시즌이 끝나고 태평양에 매각됐다. 당초 자사 화장품인 ‘아모레’를 쓰려다 지나치게 상업적이라는 이유로 돌핀스를 선택했지만 정상에 오르지 못한 채 사라졌다.
슈퍼스타 없는 슈퍼스타즈롯데는 일본 프로야구 롯데가 오리온스(현 지바롯데 마린스)를 쓴 것과 달리 한국 롯데는 자이언츠를 선택했다.또 다른 원년 멤버 삼미는 슈퍼스타즈란 팀명을 사용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삼미는 이렇다 할 슈퍼스타급 없는 만년 약체였다.
1990년 MBC를 인수한 LG는 쌍둥이(트윈스)를 선택했다. LG는 기존의 축구단과 씨름단이 황소, 치타 등 동물을 썼지만 여의도 본사 건물이 쌍둥이 빌딩이라는 데 착안해 트윈스란 팀명을 붙였다. 제8구단 쌍방울은 돌격대(레이더스)란 이색적인 이름을 골랐다.
용과 공룡에 대한 동경? 용과 공룡 또한 꾸준히 사랑받는 캐릭터다. 원년 팀 MBC 청룡이 대표적 사례. 1995년 태평양을 인수한 현대는 상상 속의 동물인 일각수를 선택했다. SK는 비룡으로 번역되는 와이번을 선택했다. 중세 기사들이 자신의 용맹과 강인함을 상징하기 위해 방패나 깃발에 그린 것이 바로 와이번이었다. SK 농구단 나이츠와도 기묘하게 이어진다. 제9구단 엔씨소프트도 공룡을 택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