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는 게 값이다" 천 단위가 넘어가는 가수 섭외비를 두고 한 수도권 대학교의 총학생회 관계자가 한 말이다.
대학 축제를 화려하게 수 놓는 연예인들. 그러나 자선 공연이 아닌 이상 '돈'을 빼놓고 얘기할 순 없다. 가격은 기획사 측에서 먼저 제시한다. 당연히 대중적인 인기가 가격의 척도다. 즉 섭외비의 높고 낮음이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현장 공연의 특성상 대학 축제에서 특별히 더 선호되는 가수도 있다. 대학 축제의 '돈' 이야기를 해보자.
▶ 소녀시대 천하
지난 17일 한양대 공연을 갔다가 '한양대첩'이라 불릴 만큼 일대 혼란을 일으킨 소녀시대. 소녀시대의 섭외비는 2500~3000만원선. 보통 5000에서 6000만원 정도인 대학 축제 예산을 고려했을 때, 소녀시대를 한 번 부르면 예산의 반이 날아가는 셈이다. 다른 걸그룹들의 섭외비는 이보다는 낮다. f(x)나 포미닛, 시크릿 등은 1000~2000만원 정도. 좀처럼 1000만 원 아래로는 내려가지 않는다. 이들은 보통 무대에 올라 3,4곡 정도를 부른다.
▶ 싸이, 김장훈…비용 대비 효율 ↑
5월 한 달 동안 싸이가 찾아간 대학 축제만해도 줄잡아 15여 군데. 하루에 '두 탕'을 뛴 적도 있다. 싸이 뿐 아니다. 김장훈, 윤도현 밴드, DJ. DOC 등은 적어도 대학 축제에서만큼은 걸그룹의 인기가 부럽지 않다. 이들의 섭외비는 1000~2000만 원 정도. 걸그룹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비용 대비 효율을 생각한다면 훨씬 이득이다. 이들은 보통 7~8곡을 부르는데, 그 날 학생들의 반응이나 컨디션에 따라 공연시간이 한 시간을 넘기기도 한다. 말 그대로 '콘서트'장에 왔다고 생각하면 된다.
▶ 아이유, 2배 이상 훌쩍
얼마전 '경원대 고립' 사건으로 화제에 오른 아이유. 공연이 끝난 뒤 학생들이 몰려들면서 1시간 가까이 차 안에 갇혀있었다. 이는 아이유의 치솟은 인기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 '좋은날' '잔소리' 등을 연이어 히트시키며 단숨에 '삼촌 팬'들을 자기 편으로 만들었다. 아이유는 대학 축제에서도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대학의 총학 관계자들은 일제히 아이유의 섭외비가 2배 이상 뛰었다고 전했다. 히트곡을 내기 전인 지난해엔 1000만 원 이하였지만 이제는 2000만 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보통 가수들이 한 해 평균 100~200만 원 정도 오르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상승폭이다.
▶ 학생회 간 눈치 작전
5월에 대학 축제가 몰려 있다보니 대학 간의 섭외 전쟁도 치열하다. 이 때문에 때 아닌 눈치 작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서울 소재 H대학의 학생 지원팀 관계자는 "학생회에서 축제를 담당하는 이들끼리 서로 연락해 얼마에 누구를 불렀는지 알아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축제 날짜가 겹치기도 해 '얼마를 더 줄테니 우리 학교로 와 달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혀 대학 축제의 치열한 세계를 전했다.
손애성 기자 [iver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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