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 3:00~4:00
동료와 함께 하는 꿀맛 같은 점심시간. "산행을 마치고 먹는 밥맛이 최고에요." 기보배가 식판 한 가득 음식을 담았다. 목이 탔는지, 달콤하고 시원한 화채를 제일 먼저 먹는다. 이날 메뉴는 스테이크와, 볶음밥. 기보배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일까? "저요? 고기요. 돼지고기. 과일이나 야채보다 육류를 더 잘 먹어요." 그는 스테이크를 잘게 썰어 입 안에 넣었다. 성격 좋은 기보배 답게, 특별히 가리는 음식도 없단다.
▶PM 4:00~6:00동료들과 함께 선수촌 웨이트트레이닝실로 자리를 옮겼다. 큰 강당 한 가득 각종 운동 기구들이 들어찼다. "25kg정도는 거뜬하게 들아요. 강한 여자랍니다." 기보배가 벤치프레스를 들어보였다. 기보배는 40파운드 짜리 활을 든다. "속도가 빨라서 바람 영향을 덜 받지요." 그만큼 근력 운동이 필수다. "웨이트트레이닝은 기초 체력은 물론 근력을 길러줘요. 특히 하체를 단련해 줘 안정감을 실어주죠."
숙소로 돌아가는 길. 기보배가 '선수들의 번호 징크스'이야기를 들려줬다. 양궁선수들은 활에 4번을 쓰지 않는다. "좋은 화살과 나쁜 화살을 번호로 식별하는데 모두 4번을 싫어해요." 전화번호에도 비밀이 숨어있다. "(김)우진이 번호는 뒷자리가 1440이에요. 만점을 의미하거든요. 물론 저도 1440이죠."
▶PM 6:00~7:00 빡빡한 하루 일정이 끝난 후 맞이한 자유시간. 신세대 태극궁사들이 '알록달록'한 사복으로 갈아입고 다시 모였다. 늘씬한 다리를 강조하는 청바지와 운동화. 영락없는 20대 초반 젊은이들의 풋풋함이 느껴졌다. "훈련이 끝나면 친구들과 함께 쇼핑도 가고, 영화도 봐요. 요즘엔 대회를 앞두고 있어서 자제합니다."
모처럼 만의 토요일을 맞아 이날 만큼은 선수촌 내에 있는 노래방을 찾았다. 기보배가 제일 먼저 선택한 노래는 '토요일 밤에'라는 댄스곡. 톡톡 튀는 가사와 멜로디에 맞춰 기보배가 댄스를 선보였다. 김우진·정다소미·한경희도 주장 기보배 옆에서 열심히 춤을 췄다.
"아이돌 그룹인 빅뱅을 좋아해요. G드래곤처럼 카리스마 있는 남자가 멋지더라고요." 기보배 활이 잘 쏘아지지 않을 때 조용한 음악보다 신나는 유행가를 듣는다고 했다. "스트레스 푸는데 최신 인기가요가 정말 딱이에요."
▶PM 7:00~8:00김연아는 태극 궁사들에게도 '스타'다. "실제로 대화를 많이 나눠 본 적은 거의 없어요. 바쁜 친구니까요." 내친김에 4명의 선수가 빙상장을 찾았다. "스파이럴까진 못해도 우아하게 얼음판을 지칠 수 있어요" 자신만만했던 모습은 이내 사라졌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얼음판에 넘어졌다. "보기에는 쉬워보이는데 만만하지 않네요. 역시 저희는 양궁이 제일 좋아요." 태릉선수촌이 태극궁사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어느덧 하늘에 별이 빛나고 있었다. "들어가서 씻고 엄마에게 전화해요. 막내딸이라 늘 저를 보고 싶어 하시거든요." 기보배의 집은 경기도 안산이다. 대표팀과 소속 팀인 광주를 오가느라 부모님과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한 것이 사실. "2012년 런던올림픽 때 금메달 따는 게 1차 목표에요. 그리고 10년 뒤에는 선생님이 돼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어요. 그때는 엄마 얼굴도 마음껏 볼 수 있겠죠."
▶"너무 잘 먹어요. 항상 먹고 있다니까요."양궁국가대표팀 동료들은 기보배가 "정말 많이 먹는다. 그런데 팀 내 가장 날씬한 몸매를 유지한다"고 입을 모았다. 오진혁(30)은 "함께 식당에 가면 늘 음식을 하나 가득 담아 온다"면서 "후식으로 수박이 나오면 7조각씩 가져온다. 남자도 다 먹기 힘든 양"이라며 웃었다. 임동현(25)도 "맞다. 그리고는 늘 다 먹지 못해 쩔쩔 맨다"고 맞장구쳤다. 동료들의 '구박'에도 불구하고 기보배는 "배가 고프다"며 연방 군것질 거리를 먹고 있었다. "먹는 양에 비해 살이 잘 찌지 않는 편이에요. 먹고싶은 것은 못 참는 답니다."
기보배는 양궁대표팀 주장이다. 팀원 모두 그의 리더십을 높게 사고 있었다. 한경희(19)는 "언니는 자신의 노하우를 잘 전해준다. 곁에서 보고 배우는 것이 많다"고 했다. 이어 "애교도 많다. 먼저, 다가와 후배를 감싼다. 금방 친해질 수 있는 스타일"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정다소미(21)는 "평소 활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한다. 서로 단점을 알려주고, 고친다"면서 "최고의 선배이자 주장"이라며 미소지었다. 김우진(19)도 "명랑한 성격이 편안하게 한다"며 칭찬릴레이에 합류했다.
감독에게는 믿음을 주는 팀 기둥이다. 백웅기 여자대표팀 감독은 "(기)보배는 믿음을 준다. 어떤 상황에서도 안정적이고, 위기 때 멘탈이 더 강하다"고 평했다. 단체전에서 앞 사람이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주느냐에 따라 팀 분위기가 달라진다. 기보배는 늘 제일 먼저 활을 쏜다. 백 감독은 "항상 1번에 배치한다. 슈팅파워가 좋아서 바람이 불어도 기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 설혹 경기 내용이 좋지 못하더라도 후배들을 다독이며 이끌고 간다"고 평했다.
오선택 남자대표팀 감독은 기보배의 성격을 높이 샀다. "천성적으로 쾌활하고 밝다. 양궁을 하다 보면 슬럼프도 있고, 생각만큼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도 있다. 긍정적인 마인드가 극복하는데 도움 된다." 강한 승부욕도 플러스요인. 오 감독은 "일단 경기에 들어가면 적극적으로 변한다. 승부욕이 강하고 지는 것을 싫어한다. 보배는 선수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서지영 기자 [saltdol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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